▶ ■ 주말 기획-갈곳 잃은 한인노숙자들
▶ 새벽녘 경찰에 적발 때 가장 힘들어 일자리 알선 등 자활 돕는 게 최선
김요한 성공회 신부(맨 오른쪽)가 운영하는 노숙자 재활 셸터에서 1일 한인 입주자들이 함께 기도를 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올해 77세인 김모씨. 김씨는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LA 한인타운 지역에서 노숙자 생활을 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상선직원 비자로 미국에 들어와 체류기간을 넘겨 불체자가 된 김씨는 선배가 맡겨 준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며 한때 단체장까지 지냈지만 업소 운영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후 생활이 어려워져 결국 노숙자 신세로 전락했다.
이후 10년 가까이 이리저리 전전하면서 주로 버몬트 애비뉴에 있는 맥도널드와 데니스 등에서 생활하다 쓰러져 지난해 한인 김요한 신부가 운영하는 노숙자 셸터로 실려 왔다. 그는 나이도 많은 불체신분인 데다 가슴에 인공 심장박동기까지 달고 있어 취업해서 나가가기 쉽지 않는 형편이다.
■현황
김씨처럼 노숙신세로 전락해 힘겨운 삶을 거리에서 살아가는 한인 노숙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한인 노숙자는 얼마나 될까. 실제로 길거리에서 잠을 자는 순수 노숙자의 경우는 LA 한인타운에만 100명 미만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슬을 피하기 위해 24시간 영업하는 버몬트 맥도널드나 데니스 등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밤을 새는 넓은 의미의 노숙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한인 노숙자 셸터에 기거하는 김모씨의 말이다.
그는 “한인들은 찜질방에 갈 만한 돈만 있으면 그 곳으로 간다. 몸에서 냄새가 나기 때문에 한 번씩 목욕도 해줘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런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한인 노숙자는 200~300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 노숙자들 직장에 다니거나 사업을 하다 파산한 경우가 많다. 가족이 아예 없거나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혼자서 죽을 심정으로 노숙생활을 시작한 이가 대부분이다. 이 중에는 알콜중독이 됐다 치유된 경우도 있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노숙자도 있다.
한인 노숙자 중에는 마약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소한 이곳 셸터에서 그런 경우는 없다고 한다.
■셸터는 부족
한인 노숙자들이 이렇게 많지만 그들이 기댈 수 있는 셸터나 구제기관은 부족한 상황이다.
한인 노숙자 구제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요한 성공회 신부는 “한인들은 특성상 흑인 노숙자가 많은 다운타운 스키드로우 일대나 셸터에는 가지 않는다. 그 곳에는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과 폭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LA 한인타운 8가 선상에는 노숙을 하던 한인들이 함께 기거하는 셸터가 있다. 이곳은 김 신부의 개인적 노력으로 마련된 공간이다. 이곳에는 현재 갈 곳이 없는 한인 노숙자 11명이 밤이슬을 피하며 재활을 모색하는 곳이다.
이들 노숙자 대부분은 김 신부가 한인타운 일대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한인 노숙자들이 주로 잠을 청하는 위치는 윌셔 블러버드~7가 사이 세라노 길로, 피오피코 도서관과 아로마센터가 가깝다.
김 신부는 지난 2009년 10월 성공회 교회에서 매주 금요일 실시하는 식사 봉사도중 한인 이모(55)씨를 발견하고 한인 노숙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역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김 신부를 거쳐 간 노숙자는 모두 48명, 그 중 18명이 일자리를 찾아 나갔다고 한다.
■대책은
한인 노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선 밤에 이슬과 찬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다.
노숙자 이모씨는 “건물주가 허락해야 노숙을 할 수 있는데 밤 10시 이후부터 잘 수 있다. 그 전까지는 카트를 끌고 이곳저곳 돌아다녀야 한다. 비라도 오면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가 있는 곳이 ‘호텔’로 통한다”며 “밤새 추위에 떨며 자다 순찰 도는 경찰이 새벽에 신원확인을 위해 전등을 비춰 깨울 때 벌벌 떨며 서 있을 때가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노숙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타인종 노숙자들과 달리 한인 노숙자는 일을 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교육 수준도 높다. 김 신부는 “일자리만 있으면 노숙까지 하진 않는다”며 “체류신분이 없고 나이가 많아 일을 못하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게 최선의 노숙자 대책”이라고 말했다.
노숙자들의 취직은 영주권을 갖고 있거나 나이가 젊다면 쉬운 편이다. 하지만 노숙자의 대부분은 불체자거나 50대 중반 이상이다.
취업하는 업종은 경비직이 많고 최근에는 한 명이 벨에어 택시기사로 취직해 독립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인사회 관심 필요
노숙자들의 취업기회 마련이나 셸터 운영을 위한 한인사회의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김 신부가 운영하고 있는 셸터의 경우 운영비용 마련이 힘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는 김 신부는 “월 3,000달러 정도 경비가 드는데 렌트비를 내야 하는 월말이 오면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며 “많은 분들의 도움과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락처 (323)244-8810
<정대용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