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은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밸런타인스 데이였다. 이날 많은 꽃집과 식당, 선물 가게 등은 일 년 중 가장 바쁜 하루를 보내며 모처럼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밸런타인스 데이가 끝난 다음날인 15일부터 바빠진 곳이 있다. 이혼 전문 변호사 사무실들이다. 이날부터 이혼과 관련한 문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혼전문 변호사들은 밸런타이스 데이를 지난 직후가 이혼 소송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시기라고 밝힌다. 무료로 변호사들을 소개해 주는 사이트인 AVVO에 따르면 올 밸런타인스 데이를 전후한 이혼 문의 건수가 평상시보다 40% 정도 급증했다. 또 다른 법률서비스 사이트인 ‘리걸매치닷컴’도 이 시기의 이혼소송 제기율이 평소보다 20% 이상 늘어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밸런타인스 데이 다음날인 15일은 이혼소송이 가장 많이 몰린다. 그래서 이혼전문 변호사들은 이날을 이혼(divorce)의 첫 글자를 따서 D-데이라고 부른다. 이혼전문 변호사들에게는 대목인 셈이다.
큐피드의 화살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닌 다음 날 이혼하겠다고 나서는 커플들이 급증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혼이라는 인생의 중대사를 순간적인 기분에 의해 결정할리는 없을 것이고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평소의 뿌리 깊은 문제점이 자리 잡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오랫동안 흔들려온 관계가 밸런타인스 데이를 지나면서 곪아 터지게 되는 것이다.
밸런타인스 데이는 가장 대표적인 ‘기대 휴일’(expectation holiday)로 꼽힌다. 이날만은 파트너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한껏 높아지는 날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 불안한 관계 위에 서 있던 커플들이 갖는 일말의 기대는 절망으로 바뀌게 된다.
올 밸런타인스 데이를 앞두고 2,000명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된 한 온라인 조사에서 10% 이상의 응답자들이 파트너와의 결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런 사람들은 밸런타이스 데이를 지나면서도 파트너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여기고 가차 없이 결별 수순에 들어간다. 상대에게는 밸런타인스 데이가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였던 셈이다.
밸런타인스 데이에 대한 연인들의 기대가 한껏 높아진 데는 기업들의 마케팅이 한 몫 해왔다. 그리고 이런 기대는 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의 원천이 되고 있다. 지나친 상업화가 초래한 폐단이다.
밸런타인스 데이 같은 기념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신선한 자극을 주는 계기가 되지만 자칫 관계와 감정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가져 올 수도 있다. 그러니 균형을 잘 잡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평소 파트너에게 점수를 많이 잃은 사람이라면 ‘기대 휴일’을 너무 의례적으로 넘겨서는 위험하다. 이런 날을 소홀히 여겼다가는 자칫 결혼생활에 ‘심판의 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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