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 남가주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전직 LAPD 경찰관 크리스토퍼 조던 도너의 살인 도주극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12일 빅베어 지역에서 차량을 탈취해 도주하던 도너 인상착의의 남성이 한 캐빈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교전을 벌이면서 대치하다 캐빈에서 화재가 발생한 후 숨진 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도너인지 확인하기 위한 감식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현장에서 도너의 운전면허증이 발견되면서 일단 그쪽으로 결론이 내려지고 있다.
며칠 간 계속된 도너의 살인 행각과 경찰의 추격전은 영화를 방불케 하는 것이었다. 건장한 체격의 도너는 해군장교로 복무하면서 특수훈련을 받아 각종 무기와 전투기술에 해박하고 경찰 작전도 손바닥 들여다보듯 꿰고 있어 경찰의 애를 먹였다. 그가 발견된 빅베어 지역에서는 지난 6일간 엄청난 인력이 투입된 대대적인 수색 작전이 벌어졌는데도 도너는 그 안에서 경찰을 따돌리며 감쪽같이 은신할 수 있었다.
도너가 벌여온 광란의 살인 도주극이 끝나면서 그가 페이스북 성명서를 통해 응징을 다짐했던 복수대상 명단에 올랐던 인물들은 일단 안도의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도너의 죽음으로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너 사건이 제기한 많은 의문들에 대한 진상규명 이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할 때다.
도너는 장문의 성명서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무고한 인명들까지 살상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도너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극악무도한 범죄일 뿐이다.
그러나 도너의 살인극이 시작되고 성명서 내용이 보도되면서 주민들 사이에 그에 대한 동정적 여론이 형성돼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도너의 살인극이 시작된 후 LA타임스에는 LAPD를 비난하고 도너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독자들의 편지가 쏟아졌다. 물론 이런 동정여론은 흑인인 그가 제기한 LAPD 내부의 문제점들과 인종차별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찰로서는 이런 여론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찰국장은 이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부담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로드니 킹 사건과 램파트 경찰서 스캔들을 계기로 LAPD는 내부적인 자정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경찰이 정말 깨끗해 졌는지에 대해 많은 민권단체들과 주민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품어왔다. 경찰은 이제 이런 의구심을 풀어줘야 할 책임이 있다.
또 엉뚱한 주민들을 향해 총을 난사해 웃음거리가 된 것도 그냥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자칫했으면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을 뻔 했다. 경찰이 총기를 사용할 때는 세심한 주의와 냉정한 판단이 뒷받침 돼야 한다. 총기 사용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최후 수단이기 때문이다. LAPD는 모든 경찰을 상대로 긴급 상황에서의 대응 수칙과 총기 사용수칙을 다시 가르칠 필요가 있다.
도너가 벌인 광란의 살인극으로 귀한 생명이 여럿 희생됐다. 수년 전 있었던 이번 비극의 단초부터 12일 총격대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시정해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만이 이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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