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을 깨는 최대 주범은 노력 부족이다. 사랑의 불씨를 지키려는 노력이 없으면 결혼생활은 시들어버리고 결국 말라죽고 만다.
사랑에 빠져 결혼을 결심할 때 사람들은 흔히 착각을 한다.“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사랑이 내내‘우리’ 곁에 머물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것이다. 나란히 발맞춰‘결혼행진’을 하면서“마음이 안 맞으면 언제거나 갈라서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신부나 신랑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적어도 초심은 진심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절반은 결국 헤어지고 만다. 현재 미국의 이혼율은 50% 수준이다. 이혼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는 수두룩하다. 예컨대 배우자의 물리적, 정신적 학대라든지, 불륜, 마약이나 중독성 행위, 양립이 불가능한 지독한 성격 차이 등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이혼 사유다. 그러나 결혼생활을 깨는 최대 주범은 노력 부족이다. 사랑의 불씨를 지키려는 노력이 없으면 결혼생활은 시들어버리고 결국 말라죽고 만다.
결혼으로 갖는 행복감의 유효기간은 2년에 불과
익숙함은 무관심으로 이어져‘권태의 늪’에 빠져
일상의 변화·격려·스킨십 등 통해 동료애 다져야
사랑의 불길이 이글대는 동안 결혼생활은 행복하다. 하지만 사랑은 해가 뜨면 사라지는 ‘아침 이슬’이다. 한낮의 찌는 더위와 같은 일상 속에서 사랑은 쉽게 증발한다.
사랑이 점화시킨 정열도 어디쯤에선가 반드시 식는다.
한때 뜨거웠던 열정이 차가워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뜨겁고 푸르른 사랑은 배우자와의 장기적인 관계를 지탱해줄 수 있는 배려와 연민, 동료애 등으로 익어가야 마땅하다.
미시간 주립대의 리처드 루카스와 동료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결혼으로 고양된 행복감의 지속시간은 평균 2년에 불과하다. 혼인 후 두 해가 지나면 이전의 행복수준, 혹은 불행수준이 다시 들어선다.
열정과 맹목적 열애감정의 지속시간은 그보다 더 짧다. UC리버사이드의 소냐 류보미르스키 심리학 교수는 이런 감정이 보다 깊이 있는 애정과 접속, 호감 등으로 진화해야 행복한 부부관계가 오래 지속된다고 설명한다.
그녀의 저서 ‘행복의 신화’에서 류보미르스키 박사는 긍정적 환경에 금방 익숙해지는 것이 인간의 일반적 성향이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우리를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었던 일들이 언제부터인지 시들해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쾌락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고 부른다. 쾌락적응은 결혼생활의 행복을 앗아가는 주된 요인이다.
류보미르스키 박사는 지루함과 결혼생활의 불만족으로 이어지는 습관화, 혹은 둔감화를 피하거나 속도를 줄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쾌락적응을 막거나 상쇄하고 그저 그런 결혼생활을 권태의 늪에서 건져내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문제가 표면으로 떠오르기 전에 미리 손을 써야 한다.
그렇다고 거창한 전술과 전략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가끔씩 둘만의 시간을 갖고 서로 대화를 나누며 상대편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애정과 찬사를 표시하는 정도면 된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의 말씀은 부부 사랑에도 적용된다. 상대의 좋은 점과 결혼생활의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일깨우라.
배우자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헤아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배우자를 당연시해선 안 된다. 당연한 것은 무가치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생활의 단조로움을 피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다양성을 상실한 결혼생활은 흑백필름으로 찍어낸 지루한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킨다.
쾌락적응을 피하려면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우선 판에 박힌 일상부터 흔드는 게 순서다.
부부가 상시로 함께 하는 일이 있다면 다른 방향의 접근법을 시도해 보라. 부부 간의 관계를 신선하고 의미 있으며 긍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나물에 그 반찬’을 고집해선 안 된다.
새로움은 부부의 성관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강력한 자극제다. 부부관계 향상을 위한 침실에서의 새롭고 다양한 시도는 부끄러울 게 없다.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 가장 귀중한 배우자와의 관계가 시들어가도록 수수방관하는 무책임한 자세다.
다양성과 손을 맞잡고 다니는 짝패의 이름은 ‘놀람’(surprise)이다. 놀람은 예상이 빗나갔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시간이 지나면 부부는 상대를 속속들이 알게 된다. 이런 익숙함은 상대에 대한 지루함과 무관심으로 연결되곤 한다. 류보미르스키 박사는 가끔씩 판에 박힌 정형을 털어내고 파격과 놀람을 연출하라고 조언한다.
새로운 활동, 새로운 장소를 찾아내고 새로운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라는 주문도 곁들여진다. 부부가 함께 테니스나 탁구를 배우는 등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도 좋다.
다음은 스킨십이다. 배우자의 등을 가볍게 다독거린다든지 손을 잡아주는 단순동작은 애정의 불씨를 살리는 ‘입 바람’의 역할을 담당한다.
포옹을 하거나 한 팔을 상대의 어깨에 두르는 등의 애정표시는 부부에겐 종합비타민의 효과를 낸다.
류보미르스키 박사는 파트너의 가치와 목표, 꿈을 지지하고 배우자에게 좋은 소식은 관심과 기쁨으로 맞이하라고 강조한다.
결혼생활이 길어지면 혀는 수시로 배우자를 물어뜯는 독사로 변하다. 정떨어지는 행동거지도 자체 검열대상에서 풀려난다. 이렇게 되면 집안 분위기는 안 들어도 ‘오디오’고 안 보아도 ‘비디오’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사회심리학 교수인 바바라 프레드릭슨은 원만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려면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의 혼합비율이 3 대 1 이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곧 출간될 저서 ‘러브 2.0’에서 프레드릭슨은 매일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꾸게 되면 배우자를 더욱 자주 포옹하게 되고 우스꽝스럽거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나눌 기회가 잦아진다고 주장한다.
류보미르스키 박사도 대단히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부부는 평균적으로 부정적인 발언 한번 당 무려 다섯 번의 긍정적 발언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랑은 노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녀는 매일 아침 5분간 오늘 내 파트너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오늘 무엇을 할까 궁리해 보라고 제안한다. 재미있는 이벤트에 관해 이야기하고, 배우자에게 미소를 짓거나 장난스런 행동을 하는 소박한 노력만으로도 결혼생활의 행복을 오래 지켜갈 수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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