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점에 대한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공을 주시하는 훈련을 반복한 신참 골퍼들의 기본기 는 세부기술 연마에 주력한 다른 새내기들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개선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퍼팅과 스윙의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주말 골퍼들이 쏟아 붓는 정성은 가히 존경스런 수준이다. 생전 책과는 담을 쌓고 살던 사람이 올바른 퍼팅 법을 배우기 위해 책방을 기웃거리며 관련서적을 뒤적인다.
지속적으로 티칭프로의 지도를 받을 만한 형편이 못되는 주말 골퍼들은 책과 비디오 교재를 구해 ‘독학 열공’에 빠져든다. 세계 최고의 골퍼들이 기량을 겨루는 PGA 대회가 열리는 주말이면 평소 숨죽이고 살던 소심한 남편마저 눈 꼬리를 치켜뜨는 아내에 맞서 TV 채널 선택권을 주장하는 간 큰 행동을 감행하기도 한다.
세부기술 연마한 경우보다 퍼팅에 훨씬 도움
축구 페널티킥도 공만 노려봐야 성공률 높아
최근 영국의 연구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주말 골퍼들의 기초실력을 다져주는 최고의 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들은 주말 골퍼들이 두 가지 기본적 접근법 가운데 어느 하나를 통해 경기력을 개선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에 참여한 40명의 새내기 골퍼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쪽에는 세부적인 기술을 집중적으로 지도하고, 다른 한쪽 그룹 구성원들에게는 퍼팅에 앞서 공을 직시하는 이른바 ‘침착한 눈’ (quiet eye) 훈련을 시켰다.
Quiet eye 훈련은 말 그대로 눈의 초점을 이리저리 돌리지 말고 공에 집중하도록 만드는데 주안점을 둔다.
우리는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이미 quiet eye 기본훈련을 거쳤다. 초등학교 체육교사로부터 귀 따갑게 들었던 지시 가운데 하나가 “구기운동을 할 때에는 공에 시선을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나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들은 어린 시절 체육시간에 배운 가르침을 대부분 잊어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년간 과학자들은 프로골퍼, 축구선수, 농구선수, 테니스선수와 심지어 전문 사격선수의 머리에 정교한 소형 시선추적 장치를 장착한 후 이들의 시선이 그들의 표적에 모아지는지 여부를 살폈다.
그 결과 이들 대부분의 눈길은 자신이 바라보고 있다고 믿는 표적 근처로 분산될 뿐 아니라 집중시간도 생각보다 훨씬 짧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리생리학지에 게재된 이번 연구 논문의 작성을 주도한 영국 엑스터 대학의 체육학 선임강사 마크 윌슨 박사는 “Quiet eye 훈련이란 그저 공을 쳐다보는 게 아니라 조준점에 대한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기에 충분한 정도로 공을 집중적으로 주시하는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Quiet eye 훈련은 먼저 볼을 보내고 싶은 정확한 지점을 짧게 바라본 후 시선을 공에 고정시키고 시각적 정보처리가 완료될 때까지 그 상태를 유지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돕는다.
윌슨 박사는“ 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주의력을 산만하게 만드는 정신적 잡음을 둔화시켜 뇌가 지금 막 수집한 조준정보를 정확하게 처리해 공을 원하는 곳으로 보내는 정확한 동작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침착하고 초점이 분명하게 잡힌 시선은 정확한 퍼팅을 유도하는 정숙하고 집중된 정신상태로 연결된다.
윌슨 박사는 40명의 새내기 골퍼들이 참여한 실험을 통해 구체적인 스트로크 기술을 연습하는 것보다 시선 훈련을 받는 편이 정확한 퍼팅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초점훈련을 받은 골퍼들은 스트로크 테크닉 연마에 주력한 상대에 비해 심장 박동률이 낮고 근육의 씰룩임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행동불안 장애, 혹은 수행 장애와 같은 일종의 강박증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페널티 킥을 차는 축구선수들 사이에서도 유사한 결과 나왔다. 이들도 골퍼들과 마찬가지로 공을 정확히 원하는 방향을 보내야 하지만 골키퍼라는 또 하나의 ‘이동장애물’로 인해 골퍼들보다 초점이 더욱 심하게 흩어질 수 있다.
실제로 공을 찰 준비를 하면서 많은 페널티 키커들은 골키퍼를 바라보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코그니티브 프로세싱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공을 차기 전 골대의 가장 깊숙한 코너들 가운데 한쪽을 짧게 응시한 후 골키퍼를 무시한 채 곧바로 공에 시선을 돌리라는 지시를 받은 대학팀 축구선수들의 페널티킥 성공률이 공을 차기 직전 골키퍼에 눈길을 던진 선수들에 비해 훨씬 높았다.
또한 골키퍼를 바라본 선수들의 공이 골리에 의해 차단된 횟수도 키퍼를 무시한 키커들에 비해 무려 50%나 잦았다.
논문 작성에 참여한 에그스터 대학의 그레그 우드 박사는 “공을 차기 전 축구선수가 공을 보낼 목표지점을 흘낏 바라본다면 골키퍼가 키커의 주시점을 포착, 공을 막기 위해 미리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페널티 키커가 정확하게 찬 공이 골대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통상적인 시간은 약 400밀리 세컨드, 즉 0.4초에 불과하기 때문에 설사 골키퍼가 키커의 주시점을 포착했다 해도 뇌의 정보처리를 거쳐 반응을 하기엔 시간이 충분치 않다.
물론 아무리 오랜 시간 공을 노려보아도 기술이 형편없는 골퍼라면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히 공을 날리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윌슨 박사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quiet eye 훈련을 거친 신참들의 초보적인 기술이 신속하게 개선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문 작성을 위한 실험과는 별도로 최정상급 골퍼들이 어떻게 공을 바라보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윌슨 박사는 초보자들에게 퍼팅 동작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퍼터의 접촉점인 공의 뒤쪽에 시선을 고정시키라고 조언한다. 눈을 고정시키는 시간은‘ back of the cup’이라는 세 마디를 웅얼거리는데 걸리는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그는 퍼팅 스트로크를 마칠 때까지 이 포지션을 유지하고 타격 후 타구가 날아가는 것을 보기 전에 마음속으로 공과 퍼터의 접촉이 얼마나 완벽하게 이루어졌는지 1점에서 10점 사이의 범위에서 스스로 채점해 보도록 권한다.
이런 방식을 되풀이해서 연습한 신참 골퍼는 무작정 퍼팅을 반복한 같은 수준의 새내기에 비해 진전 속도가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윌슨 박사는 공에 시전을 고정하라고 말하면 열이면 열 모두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올바른 시점에 정확한 지점을 바라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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