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한국 대통령 선거 소식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한국에 특파된 이종휘 기자(맨 오른쪽)가 유세 현장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뒷줄 왼쪽)가 시민들과 만나는 모습을 취재하고 있다.
<서울-이종휘 특파원> “비싼 등록금도 문제지만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 되는 현실의 벽은 막막합니다. 불안한 취업시장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저희들의 고통은 계속될 거예요” 한국의 청년들의 고민은 깊었다. 한국 대통령 선거가 불과 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유권자층의 하나인 20대 대학생들과 청년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말 그대로 불안해 보였다.
치솟는 등록금과 험난한 취업준비에
대학생들의 삶의 무게는 `상상 초월’
갈수록 치솟는 대학등록금과 이에 따른 학자금 대출 상환에 대한 불안감, 불투명하기만 한 취업 관문, 소위 그럴듯한 ‘스펙’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 해외연수 등을 불가피하게 선택해야 하는 부담, 이로 인한 휴학과 군대문제 등등 한국의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삶의 무게는 미국과는 또 다른 상상 외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들을 겨냥해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부모 소득별 차등 등록금 지원’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반값 등록금’ 지원책을 대표적인 공약으로 내놓았으나, 서울에서 만난 대학생들의 상당수는 대선 후보들이 이런 공약을 내놓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무관심이었다.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부모로부터 보조를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만 학비를 마련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고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하더라도 졸업과 동시에 빚을 지면서 ‘청년 실업’의 수렁에 빠지는 현실이 대통령이 바뀐다고 달라지리라는 기대는 없는 듯 했다.
지난 2009년부터 1년간 남가주 라번 대학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유화량(25)씨는 현재 홍익대 법학과 졸업반이다. 1년에 700만원이 넘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 고3 학생들을 상대로 1주일에 8시간 과외 아르바이트를 뛰어 월 75만원가량을 벌고 있다. 번 돈의 대부분이 등록금으로 들어간다. 중장비 업체 간부인 부친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등록금 전액을 감당하기는 벅차다. 유씨는 “많은 대학생들이 등록금 마련과 취업 준비라는 이중의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며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모두 이수했다 해도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 준비를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들이 예상 외로 많았다. 학비 융자금 형태는 각각 다르지만 대부분 최대 20년 상환이며 연 이자율 7~8%대라고 한다.
연세대 전기과 3학년인 김호용(23)씨의 경우 아르바이트를 해 버는 돈은 한 달에 60여만원이지만 연간 95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에는 턱없이 부족해 결국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김씨는 “현재 벌어들이는 돈은 생활비밖에 되지 않는다”며 “졸업 후 융자금 상환을 할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취업시장의 불안감도 한몫하고 있다. 남가주 명문 사립 포모나 칼리지를 올해 졸업한 1.5세 김은형(23)씨는 취업을 위해 한국으로 건너갔지만 결국 다시 미국행 짐을 쌀 준비를 하고 있다. 영어교육 기업에서 커리큘럼 디렉터로 일자리를 잡았으나 최근 회사가 자금 불안으로 결국 문을 닫으면서 직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는 16일 LA행 비행기를 탄다.
역시 남가주 출신으로 현재 한국서 군복무를 하고 있는 배경태씨(22·클레어몬트대 휴학)는 “군대를 가니 대학 등록금과 졸업 후 취업 때문에 고민을 하는 병사들이 수두룩하다”며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명 의류매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휴학생 곽찬솔씨(25ㆍ기술교대 건축과)는 “현재 모든 대학생들의 고민은 취업과 일자리 보장”이라며 “누가 당선되든 대학 등록금을 현실적으로 하향시키고 기업들이 비정규직서 정규직으로의 채용 보장을 의무화하는 제도나 법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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