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종휘 특파원>
“불경기라 죽을 맛입니다. 해가 갈수록 더 심해져요”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불과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떠들썩한 선거운동 뒤에 가려진 삶의 현장에서는 대선 후보들의 장밋빛 공약과 말의 잔치가 위안이 되지 않는 서민들의 한숨이 있었다.
시장에서, 택시 안에서… 서민들 삶엔 `불경기 그늘’
구호 요란 말잔치 속 “대통령 누가 되든 희망 있나”
요란한 구호와 로고송이 울려 퍼지는 선거 유세장을 조금만 비켜나기만 하면 민초들의 고단한 삶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었다. 세계 경제 강국의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한복판에서 만난 그들의 말에서는 갈수록 커져가는 빈부 격차 속에 ‘먹고 사는 걱정’에 주름살이 늘어가는 고단함이 가득 묻어났다.
남대문 야시장에서 과일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호(38·가명)씨. 그는 40년간 같은 자리에서 노점상을 해오던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아 지난 2002년부터 이를 운영하고 있다. 2대에 걸쳐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김씨는 “귤 한 박스를 팔아야 3,000원 남지만 하루 종일 서 있어도 요즘은 한 박스 팔리지 않는 날도 있다”며 “특히 날씨가 추우면 추울수록 손님들은 야시장을 찾지 않아 정말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김씨에 따르면 남대문 시장 일대 경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이전 의류, 보세 상품권은 동대문 시장으로 넘어간 지 오래됐고 그나마 일본, 중국 등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명맥을 유지하게 해주는데 그것도 관광시즌인 여름철만 한때라고 한다.
불황의 여파는 대한민국 새벽시장 가운데 가장 바쁜 곳의 하나인 동대문 패션 디스트릭도 빗겨가지 못했다.
새벽이면 전국 각 지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등 외국에서까지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몰려든 상인들로 여전히 북적이지만, 이곳도 수년 전부터 닥친 불경기를 피해가
지 못하고 있다는 게 상인들의 말이다. 한국시간 13일 새벽 4시 동대문 상가에서 만난 상인 백모씨는 “계속되는 불황으로 마진이 예전만 못해 티셔츠 하나 팔아봐야 500원 남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시민의 발인 택시기사들은 이같은 어려움을 가장 현장에서 체험하고 있다. 서울에서 10년째 개인택시를 몰고 있다는 정영훈(가명)씨는 요즘 수개월째 적자라고 하소연했다. 가족 생계를 위해서는 한 달에 최소 200만원이 필요한데, 하루 평균 17만원을 벌어도 개인택시 조합비와 보험비, 차량 수리비 등을 제하고 나면 순수익은 150만원 정도가 고작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개인택시의 경우 대부분의 수입을 가져가지만 영업용 택시를 모는 기사의 경우는 상황이 더 열악하다고 한다. 회사 택시의 경우 하루 평균 8만~9만원의 사납금을 내고 기본 월급 80만원을 받는 게 보통인데 불경기로 추가 수입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 월 100만원 챙기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씨는 “요즘 경기가 안 좋다보니 수익이 들쑥날쑥 한다”며 “정부의 정책도 믿을 만한 것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5년 전에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을 뽑았어도 경기가 이 모양인데, 이번 대선에서도 별 희망이 없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