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선 재외선거가 지난 10일 전 세계적으로 71.2%, LA 지역은 80%의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이며 막을 내렸다. 재외선거 투표자 수가 전체 유권자수에 비하면 비율이 크지는 않지만 기대 이상의 뜨거운 투표 열기는 한국 유권자들의 투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기자는 투표기간 동안 거의 매일 투표소를 취재했는데 라스베가스에서 투표하러 LA까지 온 정 할아버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70대 후반의 정 할아버지는 둘째 날인 6일 버스로 투표소를 찾았다. 정 할아버지는 그러나 국적 확인에 필요한 영주권 원본을 갖고 오지 않아 선관위 직원으로부터 투표를 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정 할아버지는 잠시 고민하더니 “오늘은 돌아가는 버스가 없으니 내일 아침 출발하는 버스로 갔다가 모래 다시 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십년을 기다렸는데 한 번 더 갔다 오는 건 일도 아니다”고 말해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정 할아버지는 약속대로 이틀 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는데 이를 위해 4일 동안 1,200마일이라는 거리를 이동했고, 교통비와 숙박비, 식사비 등으로 수백달러를 지출해야 했다.
만약 라스베가스에 투표소가 설치됐다거나 순회투표소가 운영됐더라면 정 할아버지가 이같은 고생을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뉴멕시코나 애리조나 등 등 타주 출신 투표자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는 문제도 투표 여건만 제대로 갖춰줬더라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다고 문제점만 부각된 건 아니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현 제도의 좋은 점도 알려졌다. 우선 재외선거인들은 전 세계에 어느 재외공관에서 투표할 수 있었다. 덕분에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국경 근처에 사는 멕시코 한인 부부가 비행기를 타야 하는 멕시코시티 대신 LA에서 투표했고 갑자기 샌호세로 발령 받은 직장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투표할 수 있었다.
한국에 사는 내국인들도 미리 신청을 하면 외국에서 투표할 수 있다는 사실도 현 제도의 좋은 점이다. 실제 이 제도를 활용해 한국에서 여행 온 신혼부부 한 쌍이 LA에서 투표하기도 했다. 늦게나마 전자우편으로 유권자 등록이 가능하게 한 것도 투표율 제고에 기여했다. 우편등록과 인터넷등록 등 유권자 등록을 보다 쉽게 해야 하는 이유다.
이제 재외투표는 끝이 났다. 한국에서는 알 수 없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재외국민, 특히 남가주 한인들은 높은 투표율로 투표 참여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보여줬다. 웬만한 불편은 ‘처음’이라는 이유로 감수했지만 4년 뒤에도 이같은 문제들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다음 재외선거는 2016년이다. 문제점을 보완하고 해결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정대용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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