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을 포기하거나 중도하차하는 데에는 엄청난 위험부담이 따른다.
벤자민 고링은 페이스북의 창업주인 마크 주커버그와 전혀 닮지 않았다. 말투도 다르고, 행동거지도 영 딴판이다. 하지만 비슷한 게 하나 있다. 바로 사고방식이다. 고링은 지난 2010년 학업을 작파했다. 당시 캔사스대학 전산학과 2학년생이었던 그는 콩나물시루 같은 강의실에서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는 교수들로부터 일방적인 가르침을 받는데 염증을 느꼈다. 일상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줄 웹 도구 개발의 꿈을 키우던 그가 원하는 것은 고리타분한 강의가 아니라 실전을 통한 살아 숨쉬는 경험이었다. 진로문제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주커버그가 그랬듯 학교 중퇴라는‘위험한’ 결단을 내렸다.
빌 게이츠·마이클 델·스티브 잡스·마크 주커버그…
고정관념 집어던지고‘성공의 문’ 연 영웅들 잇달아
“대학포기 따른 위험도 커 신중한 판단 필요” 반론도
상아탑을 등지고 세상 속으로 뛰어든 고링은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했고, 그곳에서 라이브파이어(Livefyre)라는 소셜-소프트웨어 업체의 엔지니어로 취업했다.
우연치 않게도 그의 첫 직장은 대학 중퇴자들이 꾸려가는 회사였다. 사장은 물론이고 최고 기술담당 책임자와 수석 엔지니어의 학력이 모두 대학 중퇴였다.
그러나 누구도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돈을 벌어가며 ‘실생활 레슨’을 받는다는데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고링이 학업을 계속할지 여부를 두고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할 당시 그의 ‘멘토’는 스티브 잡스였다. 매일 아침 그는 링톤 매시-업으로 다운로드 받은 잡스의 2005년도 스탠포드대 졸업식 연설을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잡스는 아침마다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그 어디에도 안주하려 들지 말라”는 충고로 그를 잠에서 불러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잡스의 스탠포드 연설을 모르는 젊은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대학을 중퇴한 것이 내 생애 최고의 결정이었다”는 대목은 그와 동일한 결단을 내린 고링과 같은 젊은이들에겐 주술 같은 효과를 지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학을 중퇴하는 것은 개인적 ‘실패’로 받아들여졌다. 대학 교육이 성공의 유일한 통로이며 ‘성공의 문’을 열 수 있는 단 하나의 열쇠가 대학 졸업장이라는 고정관념이 단단히 뿌리박힌 사회에서 궤도이탈은 치명적인 자해행위였다.
그러나 절대 부서질 것 같지 않던 완강한 고정관념의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둑에 균열을 일으킨 ‘혁명적’ 이단아들의 면면은 자못 화려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델컴퓨터를 창업한 마이클 델, 불과 23세의 새파란 나이로 포브스가 선정한 억만장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주커버그가 이 그룹에 속한다. 이들은 대학 중퇴자라는 공통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
지난 2006년 프린스턴 대학을 중퇴하고 샌프란시스코로 옮겨가 모바일 앱스 제조업체인 언드립(Undrip)을 세운 믹 헤이전(28)은 “실리콘밸리에서 대학 중퇴는 명예로운 훈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신입사원을 모집 중인 그는 대학 중퇴자들로 대상을 좁혀 싹수 있는 인재들을 고를 요량이다. 헤이전에게 중퇴자들이란 생각이 자유롭고, 위험부담을 감수할 줄 알며 집단적 사고에 물들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는 대학 교육에 대단히 비판적이다. 대학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에 지나친 제한을 가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물론 제아무리 대학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변호사나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 졸업장이 필수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한다. S&P 500대 대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되고 싶다면 대부분의 경우 최소한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춰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백만장자 교육: 대학에서 배울 수 없는 성공비결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써낸 마이클 엘스버그는 “대학이란 결국 관리자를 양성하는 곳”이라고 지적하고 “하지만 경제는 그렇게 많은 관리자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브라운대학을 졸업한 엘스버그(35)는 “미래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람들의 것”이라며 “모두가 마크 주커버그나 스티브 잡스처럼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최소한 자신의 일자리를 만들 능력을 지녀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바쁜 주인들을 대신해 그들의 애견을 산책시키는 비즈니스로 연간 여섯 자리 숫자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대학 졸업장에 전혀 가치를 두지 않는 대표적인 유명 인사로는 페이팔 공동 창업주인 억만장자 피터 A. 틸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2010년 ‘틸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시작한 그는 대학을 포기하고 벤처사업에 뛰어드는 20세 미만의 젊은이들에게 1인당 10만달러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틸은 지난 봄 ‘60 미니츠’에 출연, “성공적인 삶을 위해선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는 번드르르한 속임수에 많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고 있다”며 “값비싼 대학교육으로 학생들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학비 융자금이라는 엄청난 빚더미위에 올라앉게 된다”고 말했다.
틸의 지적대로 학비 융자금은 제2의 서브프라임 위기를 불러올 시한폭탄으로 통한다.
소비자 재정보호국에 따르면 이제까지 대출된 학비 융자금의 누적액은 무려 1조달러에 달한다. 지난 한 해 동안 대출된 액수만도 1,170억달러가 넘는다.
80년대 초에 비해 대학 등록금이 네 배 이상 올랐으니 학비융자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학교육을 대체할 40개 대안’이라는 책을 자체 발행한 유명 투자가 겸 사업가 제임스 알루처는 “호된 학비를 감당하기 힘든 빈곤층은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미래를 희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비싼 학비를 들여 코넬 대학을 졸업한 것을 후회한다는 알루처는 “자신의 계획을 갖고 사회에 5년 먼저 뛰어든 젊은이는 같은 정도의 야심을 지닌 동년배에 비해 교육과 소득 면에서 훨씬 앞설 수 있다”고 단언했다.
매일 도서관에 가서 하루 한 권의 책을 읽고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는 등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학을 포기하거나 중퇴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위험을 동반한다.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에 앞서 우간다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단체 ‘인비저블 칠드런’에 인턴으로 들어간 나탈리 완(22)은 “경험이야말로 그 어떤 책이나 강의보다 더 훌륭한 인생의 교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지난 3년간 미뤄온 대학 진학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캘리포니아 샌마테오의 고교 졸업반 학생인 진 팬(17)도 마찬가지다. 대학교육 무용론을 주창하는 언칼리지(UnCollege)의 편집자로 활약하는 그녀는 명문대학에 입학할 계획이다.
팬은 “평점과 테스트 점수가 수위권이기 때문에 대학 진학이 당연한 다음 수순이라 생각했다”며 “상식적 사고를 털어내기는 정말 어렵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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