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임신을 막기 위해 미성년자들에게‘플랜 B’와 같은 응급피임 약을 사전에 처방해 주자는 미 소아과협회의 정책 건의서를 둘러싸고 찬반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플랜 B는‘사후 피임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0대 미성년자들의 불장난이 초래할‘대형사고’에 대비, ‘플랜 B’와 같은 응급 피임약을 사전에 처방해 주자는 미 소아과협회의 정책 건의서를 둘러싸고 찬반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소아과 의사들이 거론한 플랜 B는 흔히‘사후피임약’으로 통한다. 성행위 때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은 채 일을 치른 여성들이 의도하지 않은 임신을 막기 위해 말 그대로‘사후’(事後)에 찾는 응급수단이 플랜 B다. 이 때문에 플랜 B를 피임약이 아니라 사실상의 낙태약으로 보아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약을, 그것도 소아과협회에서, 미성년자들에게 사전처방을 해주어야 한다고 나섰으니 파문이 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소아과협회의 입장은 분명하고, 확고하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려 들지 말고 현실적으로 대처하자는 것이다.
청소년들 하룻밤‘불장난’ 원천봉쇄는 사실상 불가능
원치 않은 임신 막으려면‘플랜 B’ 같은 비상약 필요
반대론자들은“사실상 낙태약”“섹스 권장하는 셈” 지적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로 표현되는 사춘기는 일생을 통해 호르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시간대에 속한다. 이성 친구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관심이 대폭발을 일으키는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이성관계에 수반되는 사고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시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의 불장난을 원천봉쇄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설마’에 의지할 수도 없다.
소아과협회의는 최근 발표한 정책 보고서에서 “청소년들의 플랜 A가 틀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이들이 섹스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플랜 B와 같은 비상 피임약을 처방해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대를 대상으로 한 콘돔 무료 배부라든지, 마약 중독자들의 에이즈 감염을 막기 위한 일회용 주사기 제공과 유사한 맥락의 대응방식이다.
정책 건의서는 또 10대 임신을 줄이기 위한 포괄적인 전략의 일환으로 소아과 의사들이 청소년 환자들에게 산아제한과 가족계획에 관한 상담을 해줄 것도 아울러 제안했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올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10대 임신은 지난 20년간 감소했으나 발생건수는 여전히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높다.
15~19세 미국인 여성의 출산율은 1991년에서 2010년에 이르는 기간 44%가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1,000명당 34.3건이나 된다.
이는 프랑스와 캐나다의 10대 출산율에 비해 각각 5배와 2.5배나 높은 수준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미성년자 출산율도 미국보다 훨씬 낮다.
미성년자를 비롯한 젊은 여성들은 성폭행의 집중적 표적이다.
연방 법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들 가운데 10대와 20대 초반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사정이 이러니 강간에 의한 임신이라는 끔찍한 시나리오를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수치심 때문에 피해사실을 감추려다 일을 키우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전체적으로 10대 임신의 80%는 의도되지 않은 결과다. 피임조치를 아예 취하지 않았거나, 취할 수 없었거나, 충분히 취하지 않은 데서 생긴 ‘사고’다.
소아과협회 청소년위원회 위원으로 정책 건의서 작성에 참여한 시애틀 칠드런스 하스피틀의 코라 브루너 박사는 10대 미성년자들이 선택한 피임법이 실패로 돌아가 원하지 않는 임신이라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라며 “성교육을 강화하고 피임기구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만듦으로써 이런 결과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루너 박사는 10대가 출산한 아이는 성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동년배에 비해 대체로 학업성적이 떨어질 뿐 아니라 땡땡이와 조숙한 성적활동 등 문제행동을 일삼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사후 피임약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이 됐다. 국립 의약품도서관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레보노게스트렐 성분의 사후피임약을 관계를 가진 뒤 최고 3~5일 이내에 복용하면 임신을 막을 수 있다. 레보노게스트렐은 난소가 난자를 배출하는 것을 막거나 정자가 난자를 수정시키는 것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임신을 방지한다.
과학자들은 레보노게스트렐이 자궁막을 변형시켜 수정체의 착상을 무산시키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믿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응급 피임약은 무방비로 일을 치른 뒤 24시간 이내에 사용해야 가장 효과적이다. 브루너 박사는 바로 이 때문에 10대 소녀가 응급 피임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사전 처방전을 써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콘돔이 찢어졌거나 깜빡 잊고 경구용 피임약을 이틀 이상 걸렀다면 플랜 B와 같은 사후조치를 가급적 신속히 취해주어야 한다.
사후 피임약은 플랜 B와 넥스트 초이스(Next Choce) 등의 브랜드명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구역질, 토사, 설사, 때 이른 생리주기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현재 17세 이상의 여성은 처방전 없이 응급 피임제를 구입할 수 있다. 나이를 입증해 줄 ID와 약값만 있으면 된다. 약값은 브랜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50달러 선이다.
반면 17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처방전을 갖고 가야 사후 피임약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또 일부 약국에서는 부모의 동의를 요구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약국의 자체 규정이다. 17세 미만인 10대 미성년자가 피임제를 구입하려 한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통고하도록 의무화한 연방법이나 주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마리나 델레이 하스피틀의 산부인과 전문의인 제이미 리펠레스는 “10대들이 산부인과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려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 소아과 전문의는 이들에게 피임법에 관해 가급적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줄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소아과 전문의들은 어린 10대 환자에게 사전 응급 피임제 처방전을 써주지 않는다.
소아과협회 정책 건의서는 이를 “10대의 성행위가 적절한 것인지에 관한 의사들의 개인적 견해가 작용한 탓”으로 풀이했다.
리펠레스는 “이들에게 처방전을 써주지 않는 대부분의 의사들은 10대의 성과 임신이라는 문제에 관해 말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철부지 청소년들을 상대로 성 담론을 벌인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사전 응급 피임제 처방전을 써주는 것이 마치 섹스를 장려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리펠레스는 단순한 시각의 차이일 수 있다며 “사전 처방전 제공을 자제라는 문제에 관해 기탄없이 논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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