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지난 총선 때와는 다르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의 재외투표가 진행되는 LA 총영사관 투표소는 처음 열리는 대선 재외선거라서 그런지 열기는 지난 선거 때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5일과 6일 첫 이틀 동안 재외투표소는 마치 축제의 장 같았다. 투표를 하러 온 엄마 아빠의 품에 안긴 아기와 수십년 만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걸음조차 쉽지 않은 백발의 노부부가 서로 의지하면서 투표소에 들어와 주권을 행사하는 모습은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의 다름을 떠나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요, 민의를 표출하는 축제의 장’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했다.
선관위 직원과 각 당을 대표하는 참관위원들도 소속에 관계없이 투표하러 온 유권자들을 격려했고 몸이 불편한 유권자가 투표를 마쳤을 때는 “수고하셨습니다”라고 격려했다. 당초 우려됐던 부정선거 시비나 유권자 등록이 잘못돼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잘 훈련된 직원들은 업무에 능숙했을 뿐 아니라 친절해 처음 또는 수십년 만에 투표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그 동안 단체장 선거 때마다 발생한 선거 시비로 자존심이 상한 한인들로 하여금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훌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깊은 속에서 생겨나는 아쉬움은 유권자들 대부분이 투표소 인근에서 왔다는 점이다.
이틀 동안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대부분이 한인타운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으며 LA 총영사관 관할 지역 가운데 타주인 네바다, 애리조나, 뉴멕시코 등은 물론 오렌지카운티나 토랜스 등에서 투표하러 온 유권자들모습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물론 평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원거리 투표자들이 주말에 몰릴 가능성이 높지만, 이같은 현상은 재외공관에 가야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선거법상 제약 때문에 사실 예견됐던 것이기도 하다.
현재 LA를 포함 미국 내에서 재외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공관은 9개 뿐이다. LA 총영사관만 해도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네바다, 뉴멕시코까지 4개 주를 관할하고 있는데 한국 영토의 10배가 넘는 면적이어서 타주 유권자들의 경우 비행기를 이용해도 투표에 하루 이틀을 꼬박 투자해야 한다.
그럼에도 예상보다 투표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유권자들의 투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유권자 등록 절차 개선과 우편투표제 도입이나 순회투표소 운영 등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함을 다시 한 번 입증하고 있다.
이번 재외선거가 끝이 나면 다음 재외선거는 오는 2016년 국회의원 선거다. 4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이번 재외선거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기에는 충분한 시간들이다. 이제 남은 것은 등록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 뿐이다. 재외국민들의 투표율이 높게 나타나면 한국 정치권도 더 이상 한인들의 선거제도 개선 및 재외동포 정책 확대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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