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결정전 한국-일본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선수들이 홍명보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
완벽한 승리, 최고의 환희일본 2-0 꺾고 사상 첫 동메달
역사적인 승리였다. 무엇보다도 시원하고 달콤한 승전보였다.
한국 축구가 숙적 일본을 꺾고 올림픽 남자축구에서 올림픽 출전 64년 만에 처음으로 첫 동메달을 획득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0일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에서 전반 38분 박주영의 환상적인 선제 결승골과 후반 12분 구자철의 추가골로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승리를 위해 그라운드에서 쓰러질 각오로 나선 태극전사들의 투혼과 정신력, 그리고 팀이 가장 필요할 때에 최고의 진가를 발휘한 한국 간판 스트라이커 박주영의 환상골과 홍명보 감독의 지략 및 용병술이 함께 어우러져 일궈낼 값진 승리였다.
한국은 박주영과 지동원을 전방에 내세우고 좌우 날개에 구자철와 김보경, 중앙에 기성용과 박종우를 배치한 4-4-1-1 전술로 나섰다. 브라질과 4강전과 비교해 박주영이 최전방 원톱으로 나선 것 외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는 포메이션이었다. 더구나 한국은 박주영이 전방에만 머물지 않고 수시로 구자철, 김보경 등과 자리를 바꾸면서 유기적인 플레이로 일본 수비진을 흔들었다.
물론 일본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특유의 패싱게임을 앞세워 초반 한국보다 높은 볼 점유율을 보이며 경기를 주도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한국은 초반부터 이번 대회 들어 가장 거칠고 터프한 모습을 보이며 중원에서 일본을 힘으로 억누르고 기 싸움에서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잇달아 거친 태클이 나오며 오재석, 기성용, 구자철이 잇달아 경고를 받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 전혀 위축되지 않고 피지컬한 플레이를 고수했다.
일본이 자랑하는 세기의 패싱게임을 미드필드에서부터 끊어버리겠다는 홍명보 감독의 전략이었고 그것은 적중했다. 이번 대회 출전 팀중 최고수준의 패싱력을 자랑하던 일본이었지만 불타는 투지를 앞세운 한국의 거친 대응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경기 내내 전혀 자신의 흐름을 찾지 못했다. 한국 역시 일본 골문을 쉽사리 공략하진 못했지만 기 싸움에선 이미 한국의 우위가 역력했다.
중원에서 일본과 육탄전을 펼치던 한국은 전반 29분과 37분 잇달아 일본의 공격에 위험한 순간을 맞았으나 이를 잘 넘긴 뒤 38분 팀의 정신적 지주인 맏형이자 골잡이 박주영의 선제골이 터지며 결정적인 승기를 잡았다. 수비수들의 집중 마크를 떨쳐내고 후방에서 넘어온 볼을 잡은 박주영은 연속적으로 절묘한 페인트 모션으로 앞을 가로막은 3명과 뒤에 따라온 1명 등 4명의 일본 수비수들을 순식간에 따돌리고 날카로운 오른발슛으로 일본 골네트를 시원하게 갈랐다. 바르셀로나 수퍼스타 리오넬 메시를 연상시킨 환상적인 솔로골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박주영은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한국에 승리를 안긴데 이어 이번 대회 2호골을 터뜨렸다. 박주영은 또 이날 한국이 승리하면서 그가 골을 터뜨린 경기에선 한국이 한 번도 진적이 없는 ‘박주영 골=한국 불패’ 기록을 이어갔다.
선취골을 뽑아낸 한국은 오히려 이전보다 공격의 수위를 높이며 일본을 압박했다. 후반 시작 5분께는 상대수비를 압박하던 박주영이 골키퍼를 향한 상대 백패스가 약하자 번개같이 따라가 슛을 시도했으나 간발 앞선 골키퍼에 막혔다. 하지만 후반 12분 전광석화같은 추가골을 뽑아내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골키퍼 정성룡이 길게 찬 볼을 일본 진영 중간지점에서 박주영이 일본수비수와 경합하며 머리로 전방의 구자철 쪽으로 절묘하게 헤딩패스를 연결했고 구자철은 필사적으로 따라붙은 일본 수비수 옆으로 강력한 오른발슛을 꽂아넣어 리드를 두 골차로 벌렸다.
한국 선수들은 이 골이 터진 이후 모두 벤치 앞으로 달려가 벤치 멤버와 마주 보며 서로 ‘만세 삼창’을 하는 독특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후 일본은 잇달아 3명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하며 필사적으로 반격을 꾀했으나 이미 승부는 기운 뒤였다. 한국은 후반 15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김보경이 때린 회심의 왼발슛이 골키퍼 손 끝에 스친 뒤 오른쪽 골포스트를 강타하고 튀어나와 또 한 골을 놓쳤으나 승리를 지키는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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