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자적 도로를 지나는 기러기 가족과 기다리는 차량
미국에서 살다보면 야생동물과 마주칠 경우가 발생한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경이롭지만 조금 지나면 귀찮아지기도 한다. 특히 바쁜 출퇴근 시간에 꽉 틀어 막힌 교통 체증이 도로를 횡단하는 기러기 가족 때문에 발생한 것을 알면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오기까지 한다. 특히 뉴욕 시에서 30마일 이상 떨어진 중부 뉴저지 외곽 주택지역에서 기러기 번식기에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은 일상화 되어있다.
지난 3-4월에 부화한 이 기러기 새끼들이 어미들을 따라 아장아장 길을 건너는 모습이 귀엽기는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도로를 가로지르는 이들 기러기 가족은 바쁜 삶에 귀찮은 존재이다. 그런데 만일 이들 기러기 가족의 유유자적한 도로 횡단을 참지 못하고 그냥 달렸다면 어떤 일이 발행할까?
지난 달 한인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는 중부 뉴저지 만모스 카운티 말보로에 사는 중년 남성 진 리진이 구속되었다. 두 마리의 기러기와 이들 새끼 두 마리 등 총 4마리의 기러기를 본인의 SUV로 밀어버렸다. 마침 교차로에 서있던 순찰차가 이 광경을 목격하고 리진의 차를 쫒아가 그를 현장에서 구속했다. 죄목은 동물학대 죄였다.
이 소식이 인근에 전해지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눠졌다. 첫째 어미와 새끼가 길을 건너는 것을 뻔히 알고도 의도적으로 차를 몰아 이 기러기 가족을 몰살시킨 리진의 행위는 명백한 범죄라는 의견이다. 조금 기다려 주면 될 것을 급한 마음에 차를 몰아 이들을 죽인 것도 아니고 기러기 가족이 길을 건너는 것을 보고 일부러 차로 깔아 죽였다는 것이다. 이는 순찰차에 찍힌 비디오로 보면 명백해진다.
그런데 의외로 이 리진이라는 범죄자를 옹호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첫째 야생 기러기를 죽인 것이 ‘범죄’냐는 질문이다.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죽인 것도 아닌데 왜 동물학대냐는 의견이다. 특히 야생 기러기는 이 지역의 골칫거리로 차라리 이 기러기 떼를 사냥해 없애버리자는 의견까지 개진되고 있다.
철새로 겨울에 뉴저지를 찾았다가 봄에 캐나다 북쪽으로 이주를 해야 하건만 이 철새 행렬에서 낙오된 기러기들이 아예 텃새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시사철 인근 지역에 서식하며 학교 운동장에 오물세례를 퍼붓는 이들 텃새화된 기러기는 더 이상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두 번째 리진이라는 인물의 구속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동물보호 혹은 동물학대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사소한 행위에 경찰이 개입되고 사람을 구속하면 반드시 따라오는 것이 재판일정과 소송의 문제이다. 경찰인력, 구치소 비용, 법정비용 등 모두 혈세에서 나오는 돈인데 쓸데없는 휴머니즘의 이름으로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지역 재정에 더 문제를 야기한다는 주장이다.
어쨌든 야생동물을 차에 치고 구속되는 일을 미국 주택지역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지만 장난삼아 이들을 죽여서 본인까지 곤란을 겪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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