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모두들 참 잘했어요! 지난 주말 훼어팩스 정부 청사 근처 광장에서 열린 코러스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DJ 구준엽 공연을 관람했고 다음 날 청소년 음악제에도 가봤다.
일주일 전에는 큰 딸 아이 주선으로 온 가족이 DC에서 열린 듀란 듀란(Duran Duran) 록 콘서트에 갔다 왔다. 듀란 듀란은 1978년 영국의 버밍엄에서 결성된 5인조 팝 록 밴드로 80년대 한창 인기가 있었다. 비틀즈(Beatles)의 바통을 이어받은 록 밴드로 우리 애들 10대 초반에 거의 그들과 함께 자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애들 엄마가 그들의 음반 10여장과 기념품도 신주단지(?) 모시듯 집에 잘 보관하고 있다. 나는 그들의 노래 중 아는 곡이 하나도 없지만 DC 컨스티튜션 홀을 입추의 여지없이 꽉 채운 젊은 청중(주로 3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과 함께 한 2시간은 나이를 잠시 잊게 해 주었다.
지난 토요일 구준엽 공연 때도 마찬가지 기분이었다. 특히 구준엽의 공연은 방식이 다를 뿐 음향 시스템이나 청중들 열기의 정도는 세계적인 록 밴드 듀란 듀란과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었다. 청소년들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줄 시간과 공간이 꼭 필요한 차제에 그들의 공연은 참 시의 적절했으며 이런 행사는 지속됨이 좋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1960년대 초반 대학 초년생 때 종로에 있던 르네상스에 드나들던 생각이 난다. 커피나 주스 한 잔을 시켜놓고 흐릿한 조명 아래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음악을 들으며 개똥 철학을 논하고 시국과 인생이 어쩌고 하던 일들이 생각난다. 그때 애꾸눈에 검정색 군복, 군화를 신고 베토벤 교향곡 5번(운명)이 음반에서 웅장하게 시작되면 마치 유명한 지휘자나 된 듯 신들리게 지휘 흉내를 내던 바로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벌써 반세기전 얘기가 되었다. 르네상스 주인은 동경 유학생 출신으로 느낀 바 있어 젊은이들에게 휴식 공간, 음악적 공간을 제공해 주기위해 그야말로 자선(?)사업으로 음악실을 열고 운영했다고 한다.
이곳 DC에도 9:30 클럽이란 곳이 있지만 우리 한인 2세들이 드나드는 것 같지는 않다.
여기서 이야기를 좀 비약시킨다면 현재 약관의 나이로(1981년생이니 꼭 30세) 로스앤젤레스 관현악단 상임지휘자가 된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록이나 클래식 구분 없이 젊은이들을 열악한 환경이나 심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 또는 전도유망한 재질 있는 청소년들을 발굴 육성시키는 데 여러 방법이 있지만 음악이 그 좋은 한 예가 될 수 있으며 두다멜의 성공 스토리는 거의 신화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삐뚤어질 수도 있었지만 음악 때문에 최고의 본보기가 됐다. 그는 약관 30세에 2년째 LA 필하모니를 상임지휘하고 있으며 고전 음악을 사회를 변화(청소년 선도와 인재 발굴)시키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당대 가장 촉망되고 있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지휘자다. 꼭 성공적인 사례가 모두 될 수 없지만 다만 탈선이라던가 스트레스의 늪에서 청소년들을 구출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그 무엇을 바랄까.
어떤 사람이 “역사는 아버지, 정치는 어머니, 예술은 보모의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 어머니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에는 자연히 보모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처럼 우리 청소년들이 음악 등 예술에서 위안을 찾기를 바란다.
코러스 페스티벌을 준비한 모든 분들과 출연진들께 관람객의 한 사람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아! 모두들 참 잘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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