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천지를 창조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1980, 90년대 리비아 사람들에게는 그렇다.
리비아가 우리에게 크게 알려지기는 1983년 39억 달러의 리비아 대수로 1차 공사가 동아건설에 낙찰되고부터이다. 국토의 거의 전 면적이 사막인 나라에서 물은 생명이다. 내륙 사막지대의 지하수를 끌어 올려 지름이 4미터, 길이가 7.5미터나 되는 집채만한 콘크리트관을 지하에 매설해 지중해 연안에 있는 대도시까지 총연장 4,000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송수하는 녹색혁명이었다. 스스로 이름 붙이기를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하는 걸 1991년에 부분 완공했다. 수도 트리폴리를 제쳐두고 자신에게 가장 배타적이던 뱅가지 지역부터 먼저 보내는 통 큰 아량까지를 갖추었으니, 물이 처음 들어 온 통수식 날의 벅찬 감동은 전 세계인들에게까지 감동을 주고도 남는다.
그런 카다피가 42년간 가족과 측근끼리 국정을 농단하는 것에 분노한 리비아 민중들을 향해 전투기까지 동원해서 학살을 거듭하다가 성난 민중에 의해서 혼자 흙구덩이에서 죽었다. 시민봉기가 일어나 시민군이 트리폴리를 점령해서 그의 딸 아이샤의 집에 들어서니 황금으로 만든 소파며, 커다란 실내 수영장 등 호화극치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대학을 졸업하면 16년이다. 그는 대통령의 대명사였다. 대통령 앞에 다른 이름을 불러 본 적이 없었다. 오로지 박정희 대통령만 있었다. 어렸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마을에도 학교에도, 교실에까지 태극기와 함께 그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가 일본군 장교출신이었다는 것은 한참 뒤에야 알았고, 군인쿠데타로 그 자리에 앉고 나서 처음에는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맺고 끊듯 산업화를 이루어 가는 듯 했다. 그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국민들에게 보였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점도 있다지만 독재를 하면서도 못하면 더욱 이상하지 않겠는가,
결과 지상주의로 치닫다 보니 부조화가 만연해 갔다. 사회 전반의 신자유주의의 폐해인 빈부격차, 승자독식, 교육철학부재, 지역갈등 등이 그 시절에 태동하여 오늘날 이 고통을 후대들이 당하고 있는 것이다.
불안한 독재자는 국민들의 고통은 헤아리지 않고 자신만을 위해 헌법도 고친다. 국회의원 1/3을 자기가 뽑았다. 삼권 분립을 없애버렸다. 단순히 이름 뒤에 대통령 호칭을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도 감옥에 갔어야 했다. 여느 독재자들의 말로가 그렇듯이 쫓겨나거나 죽지 않으면 권력을 놓을 생각을 못한다. 너무나 갑작스런 죽음 때문도 있었지만 그의 죽음 뒤로 그에게서 똑같이 배운 그의 졸병이 그를 흉내 내어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으니 그에 대한 정확한 평가도 없이 한세월이 흘러버렸다. 이미 죽은 자에 대한 알량한 동정심과 온정주의가 너무나 조용히 그의 18년 과오를 덮어둔 채로 역사의 발걸음만을 재촉했다.
오직 밥숟갈 떠 넣는 데에 정신이 없는 백성들은 그곳이 흙먼지 구석이든, 진흙탕이든 배부른 데만 가치를 부여한다. 사람은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동물이기도 하지만 아울러 ‘한 끼를 먹더라도 마음 편하게 먹기’를 원하는 국민들의 차원 높은 노력들은 보지를 못한다. 그리고 핏대를 세운다. ‘누구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잘 먹고 사는가!’
그리고 30년이 흐른다. 오늘의 리비아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잊어버리거나, 카다피를 그리워하는 소수들에 의해서 카다피의 딸이 대통령제로 바뀐 리비아에서 대통령으로 거론되는 것도 모자라 될 것이 확실한 ‘대세’란다.
죽은 카다피가 웃고 있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민족이 어떻게 되는지를 작금의 한국이 세계 만방에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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