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는 스페니쉬 사회에서는 우리나라의 김 씨 같은 이름이다. 우리 스토어의 호세는 유난히 말똥말똥하다. 영어가 서툰 그들과 소통하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영어가 고생을 하고 있는 현장이 우리 가게이다.
영어와 스페인어 한국말이 뒤범벅이 된 출처불명의 언어가 난무하는 가운데도 용케 전화로도 통하고 별 불편 없이 지낸다. 그래서 ‘눈치’나 ‘센스’에 많이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대여섯 명이 눈치껏 잘한다. 이제는 많이 적응이 되었지만 아직도 불만이라고 굳이 말한다면 뭔가 잘못되었을 때 이들이 보이는 태도는 한결같다. 무조건 발뺌부터 한다. 심지어 어떤 때는 칭찬하려고 하는데도 자기는 아니란다. 더 큰 실수를 미리 막고, 실수를 되풀이 않기 위해서는 실체를 먼저 알아야 하지만 ‘자기는 모르고, 안했다’는 데에야 수습 방법이 없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가게의 카메라는 종업원 감시보다는 여러 가지 면에서 편리하다. 있을 수 있는 사고 예방과 외부로부터 종업원 보호, 다른 스토어 상황도 동시에 체크할 수가 있어서 요긴하다.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손바닥처럼 볼 수가 있다.
따라서 누가 보든지 말든지, 있든지 말든지 자기 맡은 일 묵묵히 하면 그만인 것을, 이건 내가 했다, 저것도 내가 했고, 기어코 생색을 내야 존재감을 인식시킬 수 있다고 작정하듯이 시도 때도 없이 보고한다. 처음엔 도무지 정서가 맞지 않아서 건성으로 대했더니 떨떠름하다. 하는 일마다 이미 알고 있는데도 시시콜콜 ‘내가 했다’를 획인 받고자 하니, 책임은 없고, 오직 공만 먹으려 한다. 가만히 있으면 더욱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고차원적인 피드백을 아무리 설명해도 도무지 알아듣지를 못한다. 단지 문화적 차이로 이해해 보려 하지만 하수(下手)다.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정부가 하는 일을 법을 만든 국회가 법대로 했는지를 감사하는 것이다. 72년 유신 때 없애버렸던 걸 88년에 부활시켰으니, 유신 때부터 16년 군사독재시절은 ‘국정감사의 암흑기’인 셈이 된다. 세금 걷어서 정권이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하더라도 말 한 마디 할 수가 없었던 시기가 벌써 까마득하다. 어떤 이들은 그때를 그리워한다고들 한다. 독재자들을 강력한 리더십이 있다고 하면서 시대를 거꾸로 사는 자들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자원외교 차원에서 체결된 광물개발 양해각서(MOU) 가운데 극히 일부만 본 계약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2008년 이후 현재까지 이명박 정부에서 체결한 MOU는 총 33건이지만 이 가운데 15%인 5건만 본 계약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쿠르드 유전 개발 수주했노라고 온 나라가 들썩거렸는데 4억 달러 사기당한 걸로 굳혀지고 있다. 그게 국민들의 피땀이 어린 세금인 것을, 카메룬의 다이어 광산 채굴권으로 국내 개인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전가되고, 미얀마 유전 건은 사기 미수에 그쳐서 그나마 다행, 외국에 나가서 요란스럽고 실속은 15%다. 그 15%도 이런 식이었다면 다시 뜯어 볼 일이다. 85%를 국민세금 써가면서 사기당하고 생색내기에 법석이다. 언론도 슬쩍 스친다. 국민들도 눈만 껌벅인다. 유난히 외국에 나가기를 좋아하고, 어떤 ‘꺼리’를 만들려는 노력(?) 속에 국민들의 피땀이 없는지 생각해 볼이다. 아니 일부 인사들은 그런 행사에 박수 치러 못나가서 안달이란다.
경행록(景行錄)에 운굴기자(云屈己者)면 능처중(能處重)하고, 호승자(好勝者)는 필우적(必遇敵)이니라. 자기를 낮추면 귀해지고, 우기려 들면 적을 만난다.
호세는 요셉의 스페인어 표기이다.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요셉 같은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의 호세는 아는지 모르는지 오직 눈앞의 공치사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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