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 한인회가 34년 전 그리 많지 않은 이민 동포들이 서로 모여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역 본류사회에 소개하고 자라는 후세들에게 우리의 뿌리를 알려주고 접해보게 하기 위하여 우리 코리언 아메리칸들의 축제인 코리언 페스티벌을 시작하게 되었다. 물적, 심정적 지원 등 어떤 형태로든 이 행사에 참여했으며 각자의 삶과 일터에서 열심히 살다 일 년에 한 번씩이라도 서로 만나 회포를 풀고 인사를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되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가고 그때 그 일들을 주도했던 지도자들은 어느새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셨고 혹은 세상을 등지고 가시기도 했다. 한인회 사무실에 혹은 개인적으로 소장한 그 옛날의 사진들을 보면서 젊고 혈기왕성했던 그 분들의 모습에서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회환의 쓴웃음을 지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분들의 그런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 볼티모어를 중심으로 하는 한인사회가 34년이라는 기나긴 성상의 한결같은 축제의 장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였음을 알기에 그 분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올리고 싶다.
나도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을 거의 이 코리언 페스티벌의 단골 준비위원장으로 행사를 주관하면서 깊은 격세지감을 느낀다. 한류를 대변하는 우리 문화의 다양성과 현대와의 접목현상을 보기도 하고 2세들의 고유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발견하기도 하며 해마다 변화하는 다양성을 경험해왔다. 한때는 그야말로 한가위 같은 명절 분위기로 온 동포사회가 합심이 되어 행사를 치루면서 성대한 잔치를 벌이기도 했던 기억도 있다. 또 주최 측이나 구경꾼이나 그 숫자가 비등한 초라한 행사인적도 있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세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한인회를 중심으로 하는 주최 측의 적극적인 주도의식의 결여와 한인동포 사회의 낮은 관심도 그리고 불경기나 지리적인 문제 같은 환경적 요인을 들 수가 있다.
불황의 깊은 터널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문제라 하더라도 나머지 요인들은 우리가 현명하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임한다면 풀어나갈 수 있는 숙제라 여겨진다. 한인회의 리더십 결여와 동포사회의 무관심은 상호 연관의 고리를 가지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처럼 같이 물린 문제이므로 함께 이런 점을 고쳐나가기 위한 전향적인 마음자세로 서로 적극적인 관심과 봉사가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싶다.
한인사회의 중심이 볼티모어 다운타운에서 하워드 카운티로 옮겨지면서 사회적 지리적 갈등을 겪다가 오늘에 이르러서야 이런 큰잔치를 우리들이 살아가는 주거지 가장 가까운 데서 개최하게 된 것은 큰 다행이라 여겨진다. 특히 저녁 늦은 시간까지 진행하며 가장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을 저녁 시간에 배치함으로서 생활전선에서 잠시라도 짬을 낼 수 없는 처지에 있는 동포들을 모실 수 있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애초 우리 메릴랜드 코리언 페스티벌도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간을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동포와 외국인들을 초대하여 개최하자고 제안하고 항변하였으나 열악한 인적 자원과 무관심한 동포사회의 곤궁한 지원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한인회 측의 풀이 죽은 답변에 현실적인 벽에 부닥치게 되는 가슴만 메어오는 답답한 심정이었다.
향후 우리 동포사회가 더욱 이런 축제의 장에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을 해 준다면 머지않아 다 함께 한자리에 모여 모두가 즐거이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그윽하게 행사를 치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넘치는 인파로 행사장은 북새통이고 이곳저곳 음식 판매처마다 구수한 우리의 음식 향내를 풍기고 즐겁고 흥겨운 프로그램으로 하루해가 짧게 여겨지는 그런 가슴 뿌듯한 축제, 외국인 친구들을 초빙하여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지는 그 짜릿한 자부심. 그런 날을 꿈꾸며 오늘도 코리언 페스티벌의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바쁜 손과 발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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