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은 진실하다. 사람은 산이 아니다. 인간은 거짓말도 한다. 서울 발 집중폭우에 의한 산사태 보도에 따르면 47명이 사망했다. 피해 지역의 현지답사 보고에서 인재(人災)와 천재(天災) 공방의 갈등이 심각하다. 산은 죄가 없다. 원인 제공은 사람의 몫이다.
산은 정직하다. 산사태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는 토석류의 도로 유입과 지질 및 지형 자료 분석에 대한 무지(無知)와 부패로 발생한 것이다. 허술한 폭우방지대책이나 과학적 분석이 결여된 건축허가와 급경사지 관리 파악의 부실을 인정해야 한다. 국제 산사태학회는 이미 사실 파악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 변명은 초라하기만 하다. 산은 말이 없어도 원인 규명은 과학이 입증한다.
등산가, 산악인, 하이커(Hiker)들은 산의 변화를 읽는다. 계곡을 보고 정상을 가늠하며, 나무를 보면 시간과 방향을 안다. 하이커들은 산이 ‘신의 선물’이고 창조주의 걸작품이라 생각한다. 장쾌한 산마루는 비경(秘境)을 전시한다. 창공의 숨소리는 삼림욕의 줄땀을 흘린 뒤에 맛보는 지상 최고의 기쁨이다. 속삭이는 바람은 도연명 시인(AD 365-427)의 ‘나 홀로 노니네’ 중에 “아득히 그 옛날 사람들을 생각하니, 통하는 마음 의지하며 나 홀로 노니네”를 새롭게 음미하게 한다.
산길은 다양해서 좋다.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 자갈길인 듯 하면 편한 흙길이 나오고, 내리막과 오르막길은 오솔길 모양 지그재그 Z형 길로 경쾌한 발걸음을 재촉하게 한다. 가파른 길은 앞 발가락으로 조용하게 걷고, 내리막은 옆 발로 조정한다.
산은 영험하다. 높은 정기가 흐른다. 장엄하고도 수려한 경관은 겸허함을 배우게 한다. 울창한 아름드리 나무는 하늘까지 치솟고, 일백만년 전 빙하의 침식작용으로 녹아내리던 물안개도 가늘게 떠오른다. 모진 풍파에도 폭포 앞 절벽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산은 현명하다. 한 세대를 의기(義氣)로 주름잡던 한국산악회(서울) 전 회장 홍종인과 남정현 전 회장은 산악인 정신을 빛내고 산악교육센터 건립에 공적이 많다. 동포사회도 여러 하이킹, 등산 모임이 각 도시마다 있다.
필자가 속한 워싱턴산악인협회도 다채로운 행사로 건전한 정신과 친목단체로 발전하고 있다. 주로 쉐난도어 국립공원의 난코스에 도전한다. 샘터 옆에 옹기종기 모여 꿀맛 같은 점심 도시락을 미소와 대화 속에 나누며 화합을 다진다. 산사람들의 소박한 진심과 진솔한 덕담은 ‘이웃사촌’보다 더 진한 정을 키운다.
산사람은 가족이다. 사실 도시인은 경계를 늦출 수 없는 각박함 속에 살고 있다. 만고강산의 길마다 즐비한 돌 뿌리와 나무뿌리를 조심시키고, 숲 속을 가다 발견한 버섯을 딸 때는 주변인들의 눈을 가리는 민첩함으로 온 종일 웃음꽃을 피운다.
산은 양심이다. 숲 속에 숨은 삶의 지혜를 찾는다. 하산 길의 명상은 성취감 뒤의 나르시시즘(narcissism)에 녹아들어 스며드는 오수(午睡)에 눈을 감아 본다. 바람소리 타고 소월의 시가 들려온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멀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김소월 시인의 초혼).”
산을 배우자. 폭우로 산에 묻힌 47명의 인명피해는 인재 케이스다. 사람의 무책임과 안일함이 빚어낸 비극이다. 천년 전 풍수지리도 ‘바람과 물 관리’의 자연보호와 조화를 강조해 왔다. 풍수지리는 현지답사로 사실을 판단하는 학문이다.
하늘아래 정상(頂上)에 오르는 것도 한 발자국씩 시작하는 것이다. 인생 성공도 결국은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리는 장인(匠人) 정신과 같다. 산이 외치는 정답은 하나다. “땀방울에 인색하지 말라!” 예술성의 승화도 숭고한 땀에서 시작된다. 진실은 거짓보다 강하다. 산심(山心)은 진심(眞心)이다. 산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생명의 소중함, 불굴의 도전정신, 겸허함 등 인생의 정답을 찾아보자.
(newchallenge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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