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의 칼럼 쓰기는 무척 고생스러웠다. 경제학이라고는 대학이나 대학원을 통틀어 들어본 적이 없는 문외한이 경제 이야기를 쓰자니 이것저것 읽어 보고 참고 하느라고 몇 시간을 보냈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미국 국가 부채의 한도액을 8월2일까지 의회에서 인상하지 않는다면 경제적 아마겟돈이 온다는 전문가들의 경고 때문에 국가의 빚에 대해 한 칼럼을 할애하는 것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으니까 동기만은 나무랄 게 없었겠지만 마치 한문에 대해 일자무식인 사람이 사서오경을 논하는 우(遇)를 범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각설하고 미국의 빚 한도는 무려 14조3,000억 달러인데 워낙은 5월말 경 그 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추산되던 것이 4월달의 세금 수입이 예상보다 높았던 등의 이유로 8월2일에나 초과할 것이라서 적어도 7월 중에는 의회에서 국가 부채한도를 인상시키지 않으면 큰 문제가 발생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어떤 경제 평론가는 2008-9년의 경제 위기는 부채 한도액이 높여지지를 않을 때 닥칠 위기에 비해 어린아이의 장난이나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우선 14조3,000억 달러가 얼마나 큰 숫자인가. 1,000달러짜리 지폐로 쌓아올리면 무려 900마일 높이가 된단다. 그리고 일초에 1달러씩 쓴다면 44만8,000년이 걸려야 그 돈을 다 쓸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 액수를 미국의 가구 수로 나누면 1가구당 12만5,000달러씩 돌아간다. 그런데 불과 30여 년 전이었던 레이건 대통령 때는 1조 달러이던 국가부채가 무려 14배로 뛰었으니까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공화당의 단골 메뉴인 감세와 민주당의 단골 메뉴인 서민층에 대한 복지 확대로 인한 정부 지출의 증가가 엄청났음이 분명하다. 부시 대통령 임기 중 국가 부채한도액이 일곱 번이나 증가된 역사가 그것을 말해준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이 쓰는 하루의 비용이 펜타곤 건물의 건축비용보다 많다는 숫자로도 알 수 있듯이 그곳과 이라크의 전쟁에 더해 리비아의 가다피를 축출 또는 사살하려는 NATO 주도하의 전쟁에서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군비의 대부분을 지불하는 현실이 미국의 부채를 더욱 늘린다. 얼마나 빨리 미국의 채무가 늘어나는가? 매일 40억 달러 이상 증가된다는 계산이고 미국 정부는 1분에 200만 달러, 그리고 한 시간에 1억2,000만 달러씩 빌린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미국이 그처럼 낳은 국가 부채를 지고도 현재까지 지탱해온 이유 중 하나는 달러가 전 세계 금융제도의 기초석이라는 사실이다. 세계 각국이나 은행들이 미국의 국력으로 보아 미국은 채무를 꼭 이행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 재무성이 공매하는 미국 국채는 싼 이자로 팔린다는 것이다. 중국이 거의 1조 달러에 육박하는 미국의 채권자라는 현실은 중국의 민주주의 부재와 인권 탄압의 사례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응이 뜨뜻 미적지근하다는 것과 상관관계에 있다.
만약 민주 공화 양당이 8월2일 전에 부채 한도액을 높이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 것인가? 미국이 채무 이행을 못하게 되는 최악의 사태가 닥칠 것이고 따라서 세계 경제 전체가 크게 흔들려 1930년대의 대공황 같은 사태가 전개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따라서 상원의원 시절에 국가부채 한도액 증가에 항의성 부표를 던졌던 오바마와 공화당이 적자 예산 삭감 협상에서 극적인 타협을 이룩하여 그 같은 경제 아마겟돈은 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러나 세금 올리는 것은 결단코 반대하는 공화당의 고집과 오바마 케어 등 사회복지 혜택의 축소는 용납 못하겠다는 민주당의 진보세력 마지노선과의 충돌로 8월2일 마감 가까이서나 한도액을 가까스로 올리게 되더라도 미국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
미국정치 지도층이 적자 예산 삭감에 있어서 우유부단함을 보임에 따라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었던 미국의 신용도가 추락되어 금리가 높아지면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경기 회복이 더 침체되어 미국 경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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