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장’은 나이가 들수록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성함을 더해 가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 말은 후한 광무제 때 명장이었던 마원에서 비롯됐다. 오랑캐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광무제는 군대를 파견했지만 전멸을 당했다. 고민하던 왕에게 나이가 든 신하 마원이 군대를 달라며 청하고 나섰다.
너무 늙었다고 광무제가 주저하자 마원은 “소신의 나이 비록 예순둘이나 갑옷을 입고 말도 탈 수 있으니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라며 말에 안장을 채우고 훌쩍 뛰어올랐다. 광무제는 미소를 지으며 출정을 허락했고 마원은 반란을 평정하는 큰 공을 세웠다.
전쟁터 같은 스포츠 현장에서 지휘관으로 활약하며 나이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노감독들은 ‘현대판 마원’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대학풋볼 펜스테이트의 조 퍼티노 감독이다. 퍼티노의 올 나이는 84세. 피를 말리는 승부를 벌여야 하는데다 경기를 위해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는 등 엄청난 정신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대학풋볼 감독 자리에 84세가 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다. 그래서 퍼티노는 현역임에도 이미 전설이 돼 버렸다.
퍼티노는 44년째 한 팀을 이끌어오고 있으며 대학풋볼 통산 최다승은 당연히 그의 몫이다. 명예의 전당에도 오래 전에 헌액됐다. 하지만 정말로 그의 가치가 빛나는 것은 풋볼에서가 아니다. 퍼티노는 어린 학생들에게 교육과 인성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한다. 펜스테이트 선수들은 풋볼을 잘할 뿐 아니라 졸업률도 다른 대학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그는 최근 듀크대학 농구팀의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과 함께 인생의 교훈을 들려주는 TV 프로그램을 녹화했다. 이 프로그램은 오는 30일 오후 5시에 ESPN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번 주 퍼티노에 이어 또 한 명의 80대 감독이 탄생했다. 메이저리그 플로리다 말리스의 감독대행으로 임명된 잭 매키언이 주인공이다. 매키언 감독은 1930년생이다. 지난 2003년 시즌 중간에 플로리다 말린스를 맡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명장이다. 말린스는 올 시즌 부진이 계속되자 2005년 은퇴 후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던 매키언에게 다시 한 번 SOS를 친 것이다.
매키언은 이번 복귀로 메이저리그 사상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감독이 됐다.
1901년부터 50년간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를 이끌다 88세가 되던 해 은퇴한 전설적인 코니 맥 감독이 최고령이다. 매키언은 유머가 넘친다. 감독대행으로 임명되자 “아무래도 95세까지는 감독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인생의 온갖 풍상과 산전수전 다 겪은 노감독들에게서는 자연스럽게 연륜과 지혜가 배어나온다. 지난 2003년 약체로 평가되던 말린스가 최강 뉴욕 양키스를 꺾으며 월드 챔피언에 오르는 기적을 이뤄낸 것은 매키언 감독의 철학과 지도력 덕분이었다. “야구는 재미있게 해야 하며 그 재미는 열심히, 그러면서 올바르게 야구를 할 때 자연스레 생긴다”는 것이 매키언의 철학이다.
매키언은 자신의 나이를 들먹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반박한다. “80은 아무 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출생증명서에는 그렇게 적혀 있지만 나는 전혀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다. 왜 경험에 벌금을 부과하려 드는가.”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그라운드 위의 싸움을 지휘하는 80대 감독들은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도전과 자극이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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