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관광회사를 통해 라스베가스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늘 그렇듯 가이드는 출발 전 ‘인구 조사’를 실시했는데 LA 현지 주민보다 한국에서 어떤 이유로든지 잠깐 미국을 방문한 손님이 80% 이상을 차지했다. 로컬 한인 관광회사 손님의 대다수가 한국에서 온 방문객이라는 사실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지난해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국인 관광객이 수적으로 크게 늘어난 것은 실제 관광 통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지난해 미국을 찾은 한국인의 숫자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
2015년이 되면 150만명 될 것이라는 게 미 상무부의 공식 예측이다. 한국의 인구가 5,000만명이라고 볼 때 50명 가운데 한명 꼴로 미국을 찾는 셈이 된 것이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천국 밑에 미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인에게 미국은 부러움의 나라요, 평생에 한번 와 보고 싶은 나라였지만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나라가 됐다.
실제로 이번 여행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 가운데 서울이나 수도권의 중산층 이상은 물론, 지방 중소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거나 혹은 은퇴한 노년층들이 형제자매끼리 소위 ‘계’를 들어 미국 여행 경비를 마련한 경우도 있었다. 10년 전 기자가 처음 중국 북경 만리장성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어느 농촌 주민 전체가 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관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이제는 미국으로 농촌 마을 전체가 단체 관광 올 날도 머지않은 것처럼 생각된다.
이처럼 한국인 방문객이 크게 늘어난 것은 우선 무비자 방문(VWP) 제도가 정착하면서 한국인들의 미국 방문이 쉬워진데다 1,200원 선에 형성되던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아래로 내려가면서 미국 방문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까닭이 크다. 여기에 수년간 계속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로 한국 내에서 넘쳐나는 달러를 소지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상황이 이럴 진대 이제 한인 경제인들은 마케팅 전략을 좀 달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 동안 한인 이민자, 더 나아가 주류 사회 타인종들을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한국에서 오는 방문객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채택할 때가 된 것이다.
실제로 삼호관광은 이 같은 현실을 미리 깨닫고 한국에서 직접 모객 활동을 시작하는가 하면 대한항공은 자사 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방문할 경우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몇년 전 다른 업체들보다 앞서 주류 사회에 광고하고 마케팅 하던 한인 식당에 타인종들로 북적이고 있듯이 단지 한걸음만 앞서 한인 업체들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실시한다면 이들이 웃게 될 날들도 머지않아 보인다.
정대용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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