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민족에게나 음식문화는 그 민족의 역사와 전통, 민족성을 나타내는 매우 중요한 문화의 일부이다.
우리가 현대에서 즐겨 먹고 있는 많은 한국 음식의 유래를 모두 정확하게 아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조금만 관찰하고 생각해 보면 음식문화가 나타내는 의미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가령, 한국의 전통 식문화는 밥상을 차리고 많은 반찬을 놓고 주식인 밥을 먹는 형태로 되어 있다.
이렇게 차려놓고 음식을 먹었다는 것은 우리 민족이 오랜 역사동안 안정된 농경사회를 이루고 살아왔으며 단순한 것보다는 다양한 것을 좋아하는 민족임을 나타낸다.
몽고나 다른 북방 민족처럼 말 타고 다니며 사냥하거나 유목을 위주로 하는 민족들은 많은 반찬을 끼니마다 만들어 먹을 수가 없으므로 주로 고기를 주요 재료로 하여 많은 양념을 사용하지 않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특징이며 이것이 그들의 식문화의 근간이 된다.
이에 비해 김치를 만들어 먹기 위해서는 배추와 무, 기타 양념의 원료를 재배하여야 하고 잘 다듬고 잘 섞은 다음 이를 숙성시켜야 하는 복잡함이 있으며 또한 익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특히 춥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저장하여 익혀 먹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음식의 특징은 매우 정적(靜的)이며 또한 발효과학에 근거를 둔 음식문화라 할 수 있다.
즉, 갖가지 식재료와 양념으로 온갖 희한하면서도 맛있고 영양가 높은 맛을 내는 한국 음식은 한민족이 맛을 내는 것에 재능이 있고 창의적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이민자로서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살면서 전통적인 한국음식을 별 어려움 없이 먹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으니 우리는 정말 복이 많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음식문화를 한국의 역사와 문화와 융합시켜 역사교육에 이용할 수 없을까 생각해본다.
예를 들면 유대인들은 그들의 최대 명절중의 하나인 유월절(이집트에서 종살이 하다가 탈출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 되면 집안에 있는 모든 누룩을 제거하고 누룩이 든 음식을 일체 먹지 않는다. 이러한 의례를 통하여 그들은 조상이 하느님에 의해 선택되어 종살이에서 해방된 민족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되며 대대손손이 이러한 전통을 계승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오천년 역사를 보면 참으로 고통스러운 과거도 있지만 빛나는 순간도 무수하게 많다. 그중 중요한 것을 몇 가지 들어보면, 1919년 3월 1일에는 일제의 강점에 항거하여 전 국민이 비폭력 저항을 하였고 1945년 8월 15일 광복절에는 36년간의 일제의 폭압에서 해방되었으며 1443년에는 우리 민족의 자랑이요 가장 큰 보물인 훈민정음이 반포되었다.
이러한 우리 민족의 역사를 미국에 사는 우리가 자손들에게 대대로 잊지 않도록 가르치고 전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어떻게 대대손손 이를 가르치고 전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음식문화와 역사를 융합시키면 어떨까 생각한다. 가령, 삼일절이 되면 조상들의 용감하고 숭고한 저항 정신을 기억하기 위하여 쓴 맛이 나는 나물을 먹는 날로 하고, 광복절에는 해방의 기쁨과 다시는 외민족에게 침략당하여 자유와 민족의 존엄성을 잃지 않도록 단맛이 나는 음식과 쓴 음식을 같이 만들어 먹고, 민족 최고의 유산인 한글이 반포된 10월 9일에는 온갖 맛있고 화려한 재료가 다 들어간 비빔밥을 먹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음식을 해마다 그 날이 오면 잊지 않고 집집마다 해 먹으면서 자녀들에게, 손자손녀들에게 간단하게라도 그 유래를 대대로 이야기 해 줄 수 있다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국 음식을 먹기만 하는 식문화가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기억하게 하는 살아있는 교육의 문화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을까 하는 것은 한국 음식에 정통한 전문가의 지혜를 활용하면 된다.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이민자만이라도 먼저 이러한 운동을 시작하고 점차로 다른 나라에 사는 이민자들과 또한 모국에도 전파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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