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신명입니다.” 작년 10월 워싱턴을 방문했던 ‘오마이뉴스’ 대표 오연호씨가 어느 모임에서 던진 말이다. 당시 오연호 대표는 “다가오는 2012년 정치 변화를 축제의 판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고, 이제 그 결과물이 준비되고 있습니다”라며 정치 변화를 위한 모종의 계획(?)이 있음을 암시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한국에서 ‘진보집권플랜’이란 제목의 책이 나왔다.
오연호 대표가 묻고 서울대 조국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진보집권플랜’은 과연 한국 사회의 정권교체는 가능한가, 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를 논하는 책이다.
진보정치는 축제와 신명의 정치이다. 치열한 경쟁과 선거를 통해 국가 권력을 획득하고 이를 토대로 진보적 사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진보정치이고, 이것이 그 정치적 행위에 참여하는 진보적 인사들의 바람이고 희망이다. 허나 아무리 진보정치라 하더라도 그 과정에 국민적 합의가 없는 정치, 그래서 신명이 없는 정치, 축제적 의미가 없는 정치는 죽은 정치일 뿐이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정치적 동물이다. 만약 우리의 삶이 국가라는 조직과 상관없이 살아간다면 이는 인간 이하의 동물이거나, 인간 이상의 신일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국가라는 말에 ‘시장’이나 ‘시민 사회’를 추가한다면 아마 아직도 유효한 설명이 될 것이다. 모든 인간은 정치적이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던 순간순간 정치적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사실 정치적 선택은 개인의 인생관과 가치관까지 포함하는 복잡한 행위이다. 그래서 함께 모여 나누고 토론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이유는 그 정치적 선택이 강요되거나, 무지의 소치로 이루어지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한국에서는 오는 4월 27일 재보궐 선거가 열린다. 3명의 국회의원과 1명의 도지사를 뽑는 작은 선거이다. 헌데 이 작은 선거가 온 국민의 관심을 불러오며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점검해 보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야권연대라는 국민의 요구에 절대적으로 따르면서도 각 정당의 이해와 득실을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이들 야권에게 한 가지 동일한 목표가 있다면, 최소공배수 곧 이명박 정권으로 불리는 부패한 정치권력을 바꾸는 것이 목표라 말하고 있다. 이 목표 안에서 그 누구라도 함께 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두고 있다. 허나 이 선거가 마지막이 아니라 과정이며, 이들은 계속해서 최선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강원도지사, 김해을 야권후보 단일화 멋진 승부였다. 그래서 정치는 신명이 되고 축제의 만남이 된다.
우리 한인사회도 작은 단체들이 아우러져 만들어 나가고 있다. 또한 이들 나름대로의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한인사회도 이 다양성 속에서 신명을 만들어내고, 축제의 만남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종종 서로 간 이해 없이 자신들의 생각만을 장황하게 펼친다. 비판하고자 하는 개념에 대한 이해 없이, 타당하지도 않은 논증 구조를 가지고 서로 우긴다. 그리고 제대로 이해 못한 다른 개념을 여기저기서 끌어온다. 어떤 면에서는 상대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고집만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틀린 논증을 가지고, 남과 다른 생각이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남과 다르고자 한다면, 자신이 틀리지는 않는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소통과 이해를 통해 다양성의 조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이다. 서로 간 나눔과 보탬의 정치적 행위들이 그리고 각각의 정치적 이해관계들이 동포사회의 분열과 다툼이 아닌 축제와 신명의 어울림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과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 이해의 부족임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자신을 되돌아본다. 나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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