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성경을 읽어나가다 보면 4라는 수가 수없이 등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인류 최고의 고전이며 베스트셀러인 성경은 40인에 의한 영감의 기록이란 사실이 그 무게를 더하고 있다.
천지창조가 이루어진 후 지금으로부터 사천년 전 페르샤 만에 있는 ‘우르’라는 마을에 살고 있던 아브라함은 그의 식구 넷을 거느리고 지상낙원을 찾아 나선다. 그들이 가는 길은 모험과 스릴에 차있고 활동무대는 파노라마 같이 전개되며 흥미로우나 그 여정은 황진이 회오리치는 사막의 길이요, 험산준령도 마다하는 카라반의 대열이며 한편으론 하나님의 계시를 따라야 하는 순종과 고행의 길이었다. 그들의 행적은 이스라엘 민족의 형성과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과정과 배경으로 이 세상에 나타났는가를 설명해주는 한편의 장편 드라마이기도 하다.
많은 다른 종교가 정적이라면 생동감에 넘치고 모험의 기상이 드높은 기독교를 사차원의 종교라 함도 이런 연유에 기인하였다고 본다. 계속 4의 계수를 간추려 보면, 아브라함의 선발대는 우르를 떠나 유프라데스강을 북상하다가 기근을 만나자 진로를 바꿔 남하하였다. 당시의 강대국인 이집트에서 430년의 노예생활을 할 즈음 선지자요 위대한 영도자였던 모세는 하나님으로부터 회군 명령을 받았다. 그의 나이 사십에 이스라엘 민족을 거느리고 홍해를 건너 미디아 광야에 이르러 사십 년의 방황생활을 마감하고 가나안땅 정복길에 오른다.
이때에 지휘봉은 여호수아로 넘겨지고 이스라엘은 건국이 된다. 태평세월도 잠시 일뿐 외침을 당한 이스라엘은 남북으로 갈라지는 쓰라린 분단의 세월 사백 년을 맞게 되고 군왕이 통치하는 열왕기에 앞서 ‘사사기’라는 일종의 내각책임제 정권의 또 한 차례 사백 년을 보내게 된다. 면면히 이어지던 역사 기록은 잠시 중단되고 구약은 신약 시대로 넘어감에 이 전환기를 통과한 세월을 역사학자들은 침묵의 400년이라 부른다.
4를 둘러싼 사건의 고리는 계속 이어져, 사십일 장마와 노아의 방주, 산상수훈에 앞선 예수 그리스도의 40일 금식기도, 솔로몬이 사십 세가 되어 ‘헛되고 헛되도다’로 시작하는 참회록(전도서)을 썼다. 더 나아가 노아의 장남인 에소가 동생 야곱에게 원수를 갚기 위해 얍복강가로 인솔한 군병도 400명이다.
이처럼 신구약을 통하여 무수히 점철되는 4라는 수, 모든 수의 개념을 4로 귀납시킨 그 배경에는 무엇인가 묵시적인 것이 있지 않겠느냐라는 질의에 성경학자들은 이는 동서남북 사 방위를 가리키며 그것을 아우르는 광대한 땅 위에 일신교인 쥬다이즘 전파의 소원을 담았을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한편 한문에서 짝수인 사는 음양사상에서 화합을 뜻하며 사자성어(四字成語)와 같은 관용어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이에 글자 하나를 더하여 홀수를 만들면 음양의 조화는 파괴되고 변화를 일르켜 5행 또는 7행으로 구성되는 시음(詩吟)을 만들어 낸다. 이른바 중어구문의 전범(典範)이요 근본사상이라 하겠다. 안중근 의사가 여순 감옥에서 일일불독구생극(一日不讀口生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서 가시가 돋는다)이란 7행시를 쓴 적이 있었다. 그것을 본 일본 간수장은 존경의 뜻을 담아 여러 권의 책자를 차입시켜 주었다는 일화가 있다. 안중근 의사는 명필가요 신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이태백의 정야사(靜夜思)나 두보의 춘망(春望)은 모두 5행시로 되어 있다. 한시는 소리 내어 읽어야 진미를 알 수 있으며 그 깊은 정념은 운향을 타고 읽는 이의 가슴에 닿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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