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에서는 2010년 2월 초 재외국민 참정권법안을 통과시켜 만 19세 이상의 해외 영주권 보유자들에게 2012년 4월 정당별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부터 투표할 수 있게 하였다. 한국 주민등록증이 있으면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까지도 할 수 있다. 그간 일부 해외 동포들과 단체들이 그 법안 통과를 강력히 요구했고, 또 한국 국회 여야의원들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 법안이 성립된 것이다. 앞으로 이 선거를 위해 한국중앙선거위원회는 재외선관위를 설치하고 해외공관에 관리요원을 파견한다고 한다.
재외국민 참정권을 만든 것은 해외동포들도 조국에 대한 주권을 행사하고, 한국 정부는 해외동포들의 권익을 좀 더 관심있게 고려해 보자는 것이다. 이 참정권에 의해 2012년부터 해외에서 처음으로 한국의 선거가 시작되는데 투표는 재외공관에서 실시된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 각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동포 유권자에겐 공관이 너무 먼 곳에 위치하여 선거참여가 매우 불편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유권자의 가까운 곳에 일일이 투표소를 마련하는 것도 외국에선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안으로 인터넷 혹은 우편 투표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어느 방법이든 그렇게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의 해결은 선관위 담당 관리들의 몫이지만, 나는 미국 영주권자를 예로 들면서 이 참정권(투표권)에 대한 이견을 밝히고자 한다.
‘로마에 있으면 로마법을 따르라(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라는 말이 있다. 바꾸어 말하면 곧 ‘미국에 있으면 미국법을 따르라’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즉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으면 미국 시민도 될 수 있다. 영주권을 갖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 시민이 되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미국에 사는 이상 미국 선거권에 더 관심을 쓰는 것이 옳지 않을까?
현재 미국 내 각 지방에는 동포 권익과 친목을 위한 한인회 등, 여러 단체들이 있어 가까이서 자문을 받을 수도 있다. 선거가 시작되면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LA, 뉴욕, 시카고, 워싱턴 지역 등에서 한국식 선거바람이 불수도 있다. 혹시 유권자가 선거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국 선거법이 적용 되겠지만 범법지역은 미국이니 그 사법처리는 어떻게 되겠는가? 의문 꺼리이다.
사실 한국계 미국인들이 미국의 선거에도 무관심할 때가 많고, 선거 참여율도 낮아서 조금도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때가 많다. 그런데 재외국민선거에서는 우선 해당 공관에 선거인 등록도 해야 하고 후에 확인절차도 거쳐야 할 것이니 여러 가지로 쉽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법이 재외 동포의 애국심이나 고국 사랑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절차가 좀 복잡하여 선거에 관여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동포들 사이에서 어느 당 누구를 지지하느냐의 선거바람으로 갈등 내지 분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 공관에 있는 외교관이나, 상사 주재원, 유학생, 그리고 일시 체류자는 몰라도 미국 영주권자가 한국선거에까지 참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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