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친구들이랑 봄이면 산으로 들로 나가 칡뿌리를 캐먹었고, 여름이면 냇가 개울에서 피래미를 잡느라 얼굴은 항상 까맣게 그을려 있었는데 뉘엇뉘엇 해가 질 때 집에 돌아오면 어김없이 “공부는 언제하노? 니 공부 니가하지 배워서 남주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의 잔소리에 조금만 더 귀 기울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내가 어른이 되어 두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면서 가끔은 아이들에게 내가 듣고 자랐던 어머니의 잔소리를 이렇게 이야기 한다. "배워서 남줘라" 배움의 길은 끝이 없고, 무한한 것이다. 태어나면서는 엄마의 젖을 물면서 생존의 원리를 알게 되고, 자라면서는 친구와의 관계를 통하여 사회를 알게 되고, 청년이 되어서는 이성을 알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격 형성과 사회를 올바르게 익히고 자신이 터득하고 배운 다양한 지식과 지혜를 세상에서 유익하게 사용하는 것이 바로 "배워서 남주는 것"이다. 이런 배움의 한 터전이 바로 자원봉사라는 것을 오늘 강조하고 싶다.
누구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한다. 학교에서는 좋은 점수를 얻기 원하고, 한가지 정도의 악기를 다룰 줄 알고, 그리고 스포츠 클럽에 들어가 두각을 나타내기를 희망한다. 즉 말하자면 GPA 4, SAT 2,100점 이상 , 악기, 스포츠, 사회봉사를 통하여 소위 말하는 아이비 리그의 대학을 가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이게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점수와 잘 관리된 활동이 있었다 하더라도 대학의 입학 사정관들은 자신들이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분명하고도 객관적인 원칙을 가지고 선택을 한다. 대부분의 입학사정관들은 내가 이 학생을 선택할 때 누가 우리학교에 가장 좋은 영향을 주게 되는지를 생각한다고 한다. 즉 말하자면 대학교에 들어와서 다른 학생들에게 어떤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학생인지 또한 학업을 마친 후에는 학교의 명성과 가치를 얼마나 더 높일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선택을 한다고 한다. 더군다나 사회봉사활동에 관한 것을 보면 일률적이고, 그저 단순히 봉사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학생의 좀더 높은 이상과 전문적인가치를 가지고 사회봉사활동을 했는지를 검정한다고 한다. 그들의 열정이 스며든 봉사활동이었는지 아니면 부모님들의 강요에 의한 시간 때우기였는지 또는 남이 하니까 그저 시간만 때운 그런 사회봉사 활동이었는지를 입학 사정관들이 모를 리가 없는 것이다.
이번에 워싱턴한인연합회에서는 청소년들에게 그런 자원봉사의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고자 "Internship Fair-Volunteer"라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사회를 배우고, 자원해서 봉사는 마음을 배워 대학을 진학하고 사회를 진출할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인턴십 페어의 장을 마련하였다. 이제까지의 한인회가 그저 어른들만의 단체가 아니라 자라나는 우리의 희망인 청소년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 그들의 단체가 되고자 한다. 자원봉사를 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많은 참여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참여 기관들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몇 년 전 나의 큰아이는 4년동안 이노바병원에서 자원봉사의 기회를 가졌다. 약 300시간의 봉사를 통하여 보람을 느끼는 과정을 고스란히 옆에서 지켜보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라이더를 하면서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미국을 지탱해 가는 시스탬 중에서 자원봉사활동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Internship Fair를 통하여 내일의 지도자인 청소년들에게 많은 따뜻한 관심과 기대를 보여주기 바란다. 첫술에 당장 배부르지 않겠지만 멀리보고 지금 행동할 때라고 생각 한다. 다양한 사회에서 한인 청소년들이 배워서 정말 필요한 지혜를 남에게 나누어주는 사람들이 양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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