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법과 행정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서양사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것 중의 하나가 도로 공사다. 단단한 돌로 정교하게 만든 로마의 길은 제국 곳곳을 거미줄처럼 연결해 정보와 물자가 신속히 이동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이 길을 따라 로마 군대가 움직이며 소위 ‘로마의 평화’를 구가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유럽 곳곳에서는 2,000년 전에 만들어진 로마 시대 길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로마가 망한 후 중세 이후 유럽의 길은 엉망진창이었다. 시골은 말할 것도 없고 대도시도 비만 오면 엉망진창이 되는 진흙 길이 대부분이었다. 이를 지금 대도시 어디에서나 몰 수 있는 아스팔트길로 바꿔놓은 것은 19세기 스코틀랜드의 엔지니어 존 맥아담이다.
스코틀랜드 명문 출신으로 ‘아담의 아들’이란 뜻의 성을 가진 그는 미 독립 전쟁 때는 신대륙으로 건너와 전쟁 물품을 대 부를 쌓았고 돌아가서는 비만 오면 엉망이 되는 도로 상태를 개선하는데 여생을 바쳤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바닥에 큰 돌을 깔고 그 위에 잔 돌과 자갈을 뿌린 후 타르로 덮는 소위 ‘맥아담 공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길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단한 상태를 유지하며 마차의 이동 속도를 현저히 개선했다. 지금도 포장도로를 ‘타르막’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맥아담의 타르’라는 뜻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공법으로 만들어진 도로도 제대로 유지하지 않으면 엉망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금 LA 전역이 그렇지만 특히 LA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주요 도로인 윌셔 가는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상태가 형편없다. 여기저기 깨지고 갈라지고 팟홀 투성이다. 미관상으로 보기 흉한 것은 물론이고 워낙 깊이 파인 곳도 많아 잘못 차를 몰았다가는 자동차가 망가지고 교통사고까지 나게 생겼다.
다행히 LA 도로 정비국은 이달부터 웨스턴에서 라브레아까지 윌셔 길을 새 단장한다고 밝혔다. 이는 도로 정비를 위해 50만 달러를 요청한 탐 라본지 4지구 LA시의원의 제안을 LA시가 받아들여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해마다 많은 비가 내린 직후인 봄철에 도로가 많이 손상되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겨울 보기 드물게 LA 일대에 비가 많이 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LA 도로 사정이 이렇게 엉망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시골 구석구석까지 말끔하게 포장된 한국의 도로와 너무 대조적이다. 요즘은 어디가 선진국이고 어디가 후진국인지 잘 분간이 안 될 때가 많다.
도로의 수준은 한 나라, 한 문명 수준의 척도이다. 문명국 치고 제대로 된 도로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스로의 이미지 제고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LA 시 당국은 만사를 제쳐두고 도로 정비를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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