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라 갈이 기아클래식 마지막날 14번 홀에서 러프에 박힌 볼을 놓고 감독관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지난주 LA 인근 시티 오브 인터스트리의 인더스트리힐스 컨트리클럽에서 펼쳐진 LPGA투어 기아클래식에서 일부 한인 갤러리들이 보인 몰상식한 관전 매너에 대한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날 27일 벌어진 대회 최종일 마지막 라운드는 한국의 신지애와 독일의 산드라 갈의 밀고 밀리는 한판대결로 많은 한인 팬들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한 명승부였다.
하지만 거의 절대 다수가 한인팬들로 이뤄진 갤러리들은 신지애를 열렬히 응원하는 것을 넘어 상대인 갈의 실수에 대해 드러내놓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신지애가 18번홀에서 짧은 버디펏을 미스한 뒤 갈이 우승 퍼팅을 성공시키자 수많은 갤러리들로 둘러싸인 대회장은 오히려 조용해졌고 우승자에 대한 갈채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로 골프팬들로서 양식을 의심할 만한 장면은 14번홀에서 나왔다. 이 홀에서 갈의 어프로치샷은 그린을 오버해 갤러리들과 가까운 러프에 떨어졌는데 누군가가 갈의 볼을 발로 밟았던 것.
한 한인 팬은 본보에 연락을 해와 “당시 갤러리들은 대부분이 한인이었다. 실수인지 고의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정말 어이없는 행동이었다”며 흥분했다. 하지만 만약 고의였다면 신지애를 돕겠다는 생각에 저지른 그 삐뚤어진 행동은 오히려 갈을 도운 결과로 나타나고 말았다.
잔디 위에 있는 볼이 땅에 약간 박힌 것이 이상하다는 갈의 이의제기에 대해 경기 감독관이 동의했고 볼이 마지막으로 시야에 보인 지점에서 놓고 치라는 결정이 내려진 것. 인공 장애물 등으로 인해 볼을 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한 클럽 거리에서 볼을 드롭한 뒤 다음 샷을 하게 되어 있지만 이 경우는 팬의 고의적 행동으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볼이 마지막으로 선수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지점에서 드롭이 아닌 볼을 잘 놓고 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깊은 러프에 빠져서 파 세이브가 어려웠던 상황에서 갈은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우승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한 팬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갈에겐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갈을 경기 후 한인팬들의 일방적인 신지애 응원이 부담됐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었다. 나는 언더독으로 부담 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오히려 신지애에게 더 큰 부담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지애의 마지막 홀 퍼팅 장면을 보면 갈의 지적은 정확히 맞은 것 같다.
많은 한인선수들이 출전하고 있는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이 랜초 미라지에서 열리고 있다.
상대방 선수의 실수에 박수치는 몰상식한 골프 매너는 멋진 골프 매너에 익수해 있는 한인선수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준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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