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이 있은 지 1년이 지났다. 차가운 바다 속에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46명의 장병, 그리고 이들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희생된 한주호 준위와 금양호 선원들, 다시 한 번 이들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리고 유족들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결론지었지만, 어뢰 추진체 흡착물질 등에 대한 과학적 의문과 논란은 여전히 종식되지 않았다.
한국정부는 사건 초기부터 이 사건에 대한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충분한 검증이나 과학적 사실 확인 없이 서둘러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지방선거에 이용하려 했다. 조사결과가 국제사회의 공인을 받았다 강조하지만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은 아직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미국도 여전히 한국정부의 발표에 신뢰를 가지고 있다 할 뿐 사건에 대한 과학적이고 충분한 자신들의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천안함 1년을 돌아보는 한국정부는 ‘천안함 피격 사건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가 단지 외피용이 아닌 진실을 밝히기 위한 내용있는 백서이기를 기대한다.
모든 사건의 해결은 정확하고도 객관적인 진실규명에서부터 시작한다. 북한이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했다고 단정하고 그 결과에 맞춰나가려 하는 한국정부의 자세와 조사에 문제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 한국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천안한 진실과 미스테리 그리고 한반도 평화’란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군사전문가 김종대씨는 “아직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논란이 많은 것은 북한의 해안포와 잠수함 위협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지역에서 천안함이 최후를 맞았다는 역설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천안함 침몰 1주기를 맞아 “당시 북한의 주장대로 진실을 왜곡했던 사람들 중에 그 누구도 용기있게 잘못을 고백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고 비난했다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그대로 되묻고 싶다”며 “우리정부는 왜 용기 있게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한다. 코미디 같은 이야기다. 허나 우리를 슬프게 하는 현실이다. 천안함 침몰 1년 두 동강 난건 천안함만이 아니라 국민들도, 여론도, 진실도 두 동강이 났다.
서재정 존스합킨스대 교수는 국회 토론회에서 “합조단은 북한 어뢰가 근접 수중 폭발하여 천안함을 파손시켰다고 말한다”며 “근접 수중 폭발이 있었다면 여러 손상지표가 있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근접 수중 폭발 시 나타나는 파편, 충격파에 의한 파손, 엄청난 충격에도 탄약이 손상되거나 터지지 않은 이유, 버블효과에 대한 의문, 목격자 없는 물기둥, 버블효과에 나타나는 고열 등 한국정부가 해답을 주지 못하는 5가지 의문사항을 발표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차장은 정부가 천안함 사건 이후 23차례나 말을 바꾸고 입장을 바꾼 사례를 설명하며 정부 발표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다.
정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에서의 국정조사는 물론 북한의 참여가 보장된 국제적인 검증작업 등도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천안함 사건을 풀기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천안함 사건이 더 이상 남북관계와 6자회담의 걸림돌이 돼서도 안 된다. 한반도에 신냉전구도가 나타나고,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대치가 북한 뿐 아니라 미, 중, 러, 일로 확산된 상황은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의 전략적 실패임에 틀림없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6자회담 당사국 공동의 목표를 위해 그리고 결코 진실을 감출 수 없다는 과학의 양심을 위해 천안함 사건은 새로운 전환점에 서있다 생각한다.
국민에게 왜 믿지 않느냐고 말하기 전에 믿을 수 있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한국정부가 할 일이다.
이재수
민주개혁미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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