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공포가 추가 강진에서 방사능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면서 일본 전역이 방사능 악몽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까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후쿠시마로부터 한반도까지는 수백마일의 거리가 있어 방사능 피해의 현실적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풍향이 변덕을 부릴 경우에는 아무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핵은 두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무기로 사용될 경우의 파괴성과 에너지원으로서의 생산성이 그것이다. 최초의 원전은 1954년 세워진 구소련의 오브닌스크 원전이지만 상업용으로는 1956년 가동을 개시한 영국의 콜더 홀 원전이 최초이다.
핵의 평화적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당시 과학자들은 장밋빛 전망에 빠져 들었다. 그들은 “50년이 지나면 수천기의 원전이 건설되고 전력의 대부분을 원전이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원전은 440기 정도에 불과하고 전력 생산비율도 당초 전망치와 거리가 멀다.
물론 여기에는 잘 알려진 비극적인 이유가 있다. 원전에 적극적이던 미국은 지난 1979년 펜실베니아 쓰리마일 섬에서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한 후 새로운 원전 건설을 완전 중단했다. 경각심이 높아가던 차에 1986년 구소련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핵 참사는 원전 위험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 놓는 계기가 됐다. 오는 4월26일은 체르노빌 참사가 발생한지 25년이 되는 날이다.
원전 옹호론자들은 “원전의 전력 생산비용은 석유를 사용했을 때의 3분의1 밖에 되지 않는데다 환경도 덜 오염 시킨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핵이 지니고 있는 가공할만한 파괴력과 잠재적 위험에 대한 사회적 불안, 그리고 핵 폐기물질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들어 원전에 반대한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평화적 이용이라고 하더라도 핵과 관련한 문제는 일단 발생했다 하면 그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일본은 방재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과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사태에서 보듯 사태를 완전히 제어하는데 실패했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해도 그것을 다루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잠재적 사고의 위험은 언제든 도사리고 있다. 체르노빌 참사가 발생하기 전 원전업계는 “대형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100만년에 한번일 정도로 낮다”고 장담했다. 그런데도 발전소를 세운지 몇십년도 되지 않아 참사가 발생했다.
일본의 사고가 마침 미국이 원전건설을 재개하려는 시점에 발생한 것은 아이러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광범한 에너지 개발 사업의 하나로 원전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공화당도 같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신중론이 급속히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효용의 논리로만 보면 원전은 더할 수 없는 에너지원이지만 재앙에 가까운 잠재적 위험에 대한 고려 또한 필요하다. 일본 재지진과 그로 인한 방사능 공포는 한동안 일방적인 방향으로 치달아 왔던 핵에너지 개발 논의가 다시 중심을 잡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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