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염치(廉恥)가 있어야지….”
대부분 말끝을 잊지 못한다. 덧붙여 말해 무엇 하리오.
사람이라는 주어를 따로 떼어 놓고 보더라도 말이 안되는 게 가축이나 짐승들도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지 않고 양식을 남기거나 양보한다.
비단 먹는 것뿐이겠는가. 적당한 욕심과 의욕은 창조적 모색과 긴장을 유발시켜 주변을 발전시킨다.
사람이기 때문에 체면도 차리고 염치라는 것도 안다. 염치가 없는 경우를 ‘몰염치’라 하고, ‘파렴치’ 하다고도 한다.
세상이 그렇게 흘러가다 보니 어지간한 것은 파렴치의 옆에는 끼이지도 못한다.
수리(數理)로 헤아릴 수도 없고, 법리(法理)로 따질 수도 없는 이 염치라는 것은 시대와 나라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지만 오죽하면 단테는 그의 ‘신곡’ 지옥편에서 마지막 9지옥에 염치없는 인간들, 인간 말종들을 모아 두었겠는가.
거기에 간 사람들은 지옥에 가서도 자기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다니!
개인의 양심과 사회의 도덕적 잣대의 향상은 인류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지향해야 할 과제이지만 영구적으로 풀기 어려울 것이라는 당혹감마저 든다. 종교나 신앙에 의해 다소 순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도 어쩌면 순진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왕조시대에 더러는 간신들이 있었지만 비참하게 일족이 처결되는 전통들이 이어져 내려와 충절의 숭고함이 오히려 더욱 빛을 발해왔다. 그러던 것이 일제 식민지시대를 거치면서 ‘염치’를 모르는 신종 인간군상이 대량 생산되어버렸다.
파렴치한 장관 1명의 인사청문회는 그것을 지켜 본 몇 백만 명의 몰염치한 인간을 배출해 낸다. 그들만의 다른 세상에 순간 놀라보지만 어디서부터 꼬였는지는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따라하지 못해 오히려 안달이니 ‘염치’가 설 땅이 비좁다.
그런 장관 5명이면 온 나라가 어찌 되겠는가,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다. 염치를 모르기 때문이고, 주변에 그런 사람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사람을 장관 안 시키면 누구를 시키느냐고 따지는 지경까지 되어버렸다면 더 말해 무엇하랴.
이건 비단 이번 정부에서만 일어난 일도 아니다. 어디 장차관뿐이겠는가. 단 한 치라도 남 앞에 서 볼려고 서성대는 사람치고 제대로 염치를 갖고 있는지 의심부터 하는 세태가 되어버렸다.
모든 동식물이 동면에서 깨어나는 상생의 봄날이다.
태양을 바라다 봐야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는 걸 모르는 이 있겠는가. 그늘 속에서 가지와 잎들을 지탱해주는 줄기와 땅속에서 버텨주고 있는 뿌리의 존재를 생각해 볼 일이다. 상식과 원칙에 더해 ‘염치’가 그 역할임에 다름이 없다.
특정 정치인을 호불호하는 것은 자유의지라고 하자. 한사람은 대통령을 했던 분이다. 혼외 자식을 낳은 것도 부족해서 천륜을 저버리고 모른 체 한다니 이게 파렴치요.
언론사 사장을 했던 분으로 두 주먹 불끈 쥐며 언론자유를 외치며 그들을 규탄하던 분이 몰염치하게 그들 속으로 제 발로 들어갔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무슨 독립운동을 하느냐고 애국지사들을 밀고하고 협잡하던 사람들이 이승만 정부를 거쳐 군사독재 시절과 오늘 이 시간에도 전혀 부끄러움을 모르고 양지만을 쳐다보고 자기들로 인하여 생겨난 그늘을 외면하고 단물만을 좇는 변종들이 주변에 널려 있다. 세세연년 권력자에게 아부를 일삼고 그들과 공생하는 이들에게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염치’라는 걸 기대한다는 게 요원할 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