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에게 커피는 가장 일상화 된 음료이다.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미국인들이 대부분이다. 미국인들 가운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57%에 달하고 하루에 마시는 커피는 평균 3~4잔에 달한다. 미국의 수입식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커피다. 이런 까닭에 커피는 현물시장에서 석유의 뒤를 이어 귀한 상품 대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커피 한 잔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돈은 얼마나 될까.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고 가정할 경우 크림과 설탕까지 합한다면 12온스짜리 한잔에 약 42센트가 든다는 조사가 나온 적이 있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커피를 살 경우 가격은 파운드 당 4달러 정도이다. 또 크림은 핀트 당 약 5달러, 설탕은 파운드에 2달러 정도 한다. 원두가루 1파운드로 만들 수 있는 커피의 양은 3.2갤런 정도이다.

이런 가격을 가지고 1온스의 크림과 설탕 15그램을 넣은 12온스짜리 커피를 만들 경우 들어가는 돈은 42센트(크림 32센트+설탕 6센트+커피 4센트)라는 것이다. 크림과 설탕을 넣지 않고 블랙으로 마시면 몇 센트의 원가 밖에 들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커피의 원가는 높지 않다. 그렇지만 커피를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사서 마시면 훨씬 큰 돈을 지불해야 한다. 미 전국의 평균 커피 값은 1달러38센트이고 일부 전문 커피매장에서 부과하는 가격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 한인들의 자주 찾는 스타벅스의 경우 레귤러 커피는 잔당 2달러 가까이 하고 다른 맛을 추가한 커피들은 3~4달러를 넘어선다.

공정무역 방침에 따라 재배업자들에게 제대로 된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한 원두를 사용한다고 하지만 원가를 따진다면 여전히 높은 가격임에 틀림없다. 하루 3~4잔의 커피를 사서 마신다면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된다. 그러나 커피 값을 둘러싼 시비는 찾아볼 수 없다. 다양한 가격대, 다양한 종류의 커피들 가운데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 마시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커피 전문점들에서 판매되는 커피의 원가가 발표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두의 원가가 123원이라는 발표가 나오면서 촉발된 것이다. 커피 전문점들이 어떻게 커피 한 잔에 수천원을 받아 원가의 30배가 넘는 폭리를 취할 수 있느냐는 것이 비난의 요지이다.

그러나 커피 한 잔을 파는 데는 원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매장 임대료부터 인건비, 그리고 컵과 크림, 설탕 등 여러 가지 부대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니 30배 폭리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이고 논리의 비약이다.

또 사람들이 어리석어서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몇 센트면 될 커피를 몇 달러나 주고 사서 마시는 것이 아니다. 커피 전문점을 찾는 행위는 커피뿐 아니라 만족감을 구매하는 것이라 봐야 한다. 매장 가득한 커피 향이 안겨 주는 편안함과 휴식, 그리고 친구들과의 어울림은 원가와 부대비용에 더해 붙어 있는 가격의 가치라 할 수 있다.

이것을 거품으로 여기느냐는 전적으로 각자의 견해에 달린 문제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 “우리는 커피만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경험을 판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왜 커피 값을 개솔린 값 따지듯 하기 어려운지 잘 설명해 준다.

그건 그렇고 식후에 담배 연기를 뿜어내기 위해 커피 가게를 찾던 애연가들은 패티오 금연으로 이런 기호생활이 힘들어지게 됐다. 이들에게는 커피 값이 더 비싼 것처럼 느껴지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