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희 Lee & Assoc. 대표 / MD
레몬은 향기로운 과일이다. 그래서 서양 요리에서는 레몬을 향을 내기 위한 재료로 많이 쓰인다. 레몬은 또한 신 과일이다. 이 신맛 때문에 역시 요리에 쓰인다. 생선이나 양고기로 요리를 할 때, 레몬을 쓰는 것은 생선의 비린내를 중화시키고 양고기의 누린 냄새를 없애기 위함이다. 레몬 조각은 ‘아이스티’나 칵테일 잔 위에 얹혀 아이스티나 칵테일의 맛을 더해 주기도 한다.
이처럼 레몬은 요리나 마시는 차나 칵테일에 부가가치를 더 해줄 뿐이지 다른 과일처럼 사람들에게 과육이나 과즙자체로 즐거움을 주지는 못한다. 그 특유의 신 맛 때문에, 레몬을 사과나 오렌지처럼 씹어 먹는 사람도 없고 레몬즙 자체를 쥬스로 마시는 사람도 없다. 레몬이 주는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서양에는 레몬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인생이 당신에게 시디신 레몬을 선사하면,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라’는 격언은 자기에게 주어진 고단한 삶의 짐도 운명이라고 체념하지 말고 싸워 이기라는 뜻이다.
우리 한국의 현대사에는 이처럼 레몬같은 어려운 환경을 뛰어넘어 기적에 가까운 성공으로 국가운명을 개척한 이야기가 많이 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1975년 여름 어느 날, 박정희 대통령이 현대건설의 정주영 회장을 청와대로 불렀다. 이유는 정 회장에게 급히 중동에 다녀오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 중동 국가들은 석유로 벌어들인 달러를 주체하지 못 할 정도였다. 자연히 모든 중동 국가들은 그 돈으로 여러 가지 기본적 인프라를 건설하고 싶어 했는데, 너무나 더운 지역이라 선뜻 일하러 가는 나라가 없었다. 결국은 우리나라에 일할 의사를 타진해 왔다 한다.
그래서 경제기획원에서 관리들을 보냈더니 2주 만에 돌아와서 하는 이야기가, 중동은 전국이 사막이라 모래뿐이고 너무 더워서 낮에는 일을 할 수 없고, 건설공사에 절대로 필요한 물이 없어 공사를 할 수 없는 지경이란 보고서를 올렸다고 한다.
결국 박 대통령은 ‘불도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정 회장에게 마지막으로 판단할 기회를 준 것이었다. 5일간 중동을 방문하고 청와대로 간 정 회장은 박 대통령과 만나 중동 방문 결과를 보고했다.
정 회장: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 무슨 얘기요?
정 회장: 중동은 이 세상에서 건설공사 하기에 제일 좋은 지역입니다.
박 대통령: 뭐요?
정 회장: 1년 12달 비가 오지 않으니, 1년 내내 공사를 할 수 있구요, 건설에 필요한 모래, 자갈이 현장에 있으니 자재 조달이 쉽구요.
박 대통령: 물은?
정 회장: 그것은 어디에서 실어오면 되구요.
박 대통령: 섭씨 50도나 되는 더위는?
정 회장: 천막치고 낮에는 자고 밤에 일하면 됩니다.
박 대통령은 정 회장의 긍정적인 발상과, `하면 된다’는 굳은 신념에 감동되어, 현대건설이 중동에 나가는데 정부의 모든 지원을 약속했다. 정 회장 말대로 한국 사람들은 낮에는 자고, 밤에는 횃불을 들고 일을 했다. 그 끈기와 역경 속에서 일하는 한국인의 의지를 보고 온 세계가 놀랐다. 달러가 부족했던 시절, 30만 명 이상이 중동으로 일하러 몰려 나갔고, 보잉 747 특별기편으로 달러를 싣고 돌아왔다.
레몬과 같은 시디신 환경은 우리주변에 산재해 우리의 의지와 역량을 시험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디신 레몬에 설탕을 가미해‘레모네이드’를 만드는 일은‘하면 된다’는 의지와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소수에게만 주어진 특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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