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년 전부터 시작된 인간의 본성을 둘러싼 논쟁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위대한 사상가인 맹자와 순자는 각각 ‘성선설’과 ‘성악설’로 인간의 본성을 규정했다. 맹자는 인간은 선하게 태어나며 모든 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누구든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는 것을 본다면 다 놀라며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생기는데 이런 마음은 그 아이의 부모와 교제를 맺기 위한 것도 아니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들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며 다른 이의 비난을 듣기 싫어서도 아니라고 했다.
이에 대해 순자는 사람은 나면서부터 이로움을 좋아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쟁탈이 일어나고 사양하는 것이 없어진다며 사람의 본성은 악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선한 것으로 보이는 까닭은 사법의 교화와 예의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인간 본성은 동양은 물론 서양의 학자들 사이에서도 오랫동안 논란거리가 돼 왔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인간의 행동이 ‘의식’이 아닌 ‘무의식’에 의해 지배받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며느리가 밥상을 차리다가 실수로 밥그릇을 깨뜨렸다면 이것은 실수가 아닌 무의식의 작용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프로이드 이론은 순자의 성악설에 가깝다.
이런 이론에 반발해 탄생한 인본주의 심리학은 사람이 무의식에 지배받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의식하고 발전해 나가려 하는 존재라고 본다. 누구나 ‘자아실현’을 이루려는 순수한 욕구가 있다고 본 인본주의 심리학은 성선설에 해당된다.
인간 본성에 대한 개인들의 의견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의견은 대부분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맹자가 말한 마음을 실천을 통해 보여주는 사람들을 접하면 인간 본성의 선함을 믿게 되지만 극악한 범죄자들을 보거나 다른 이의 악한 행위로 피해를 입게 되면 이런 확신이 흔들리게 된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생각은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한다.
이와 관련해 영국 에든버러대학의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 최근 이 대학은 958쌍의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유전자와 환경이 성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얼마나 책임감이 있는지, 업무는 충실하게 이행하는지, 타인을 잘 돕는지 등을 살폈다. 그랬더니 유전자와 환경이 모두 사람의 착한 성향을 결정짓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것은 유전자, 즉 선천적인 요소가 선한 성격에 미치는 비율을 볼 때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높았다는 점이다. 여성들은 선한 성격의 50%가 유전자에서 기인한 반면 남성은 이것이 20% 불과했다. 유전자가 아닌 나머지 부분은 물론 후천적으로 배양된 것이다.
남성들은 기분 나쁠지 몰라도 여성들의 본성은 맹자의 ‘성선설’, 남성들의 그것은 순자의 ‘성악설’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한 연구결과이다. 한 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가지고 태어나는 성격이 성별에 따라 일률적이지 않고 후천적인 영향, 즉 교육의 힘이 여전히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에든버러대학의 연구결과를 남녀 구분하지 않고 전체로 묶어 해석해보면 선한 성격에 미치는 유전자의 영향은 35%(50+20÷2)이고 후천적인 영향은 65%가 되는 셈이다. 그렇게 본다면 “선한 것은 인위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했던 순자의 주장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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