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대학에서 2년 전에 영어 과목 하나를(Writing for Business) 등록하여 공부 한 적이 있다.
수업 첫 시간에 교수는 학생들에게 글을 잘 쓰려면 거짓말도 할 줄 알아야 되고 다른 사람이 거짓말 하는 것도 찾아 낼 수 있어야 된다면서 각자가 자기 소개와 함께 거짓말과 사실을 섞어서 말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말이 거짓말이겠는가를 다른 학생들이 찾아내게 하였다.
나의 차례가 왔을 때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목사였다. 교회에서 목회일을 하다가 애들 교육을 위하여 기회의 나라인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러나 이곳에서 목회일을 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그래서 다른 직장을 잡았다. 우체국에서 현재까지 20년 동안 한 번도 지각이나 결근을 해 본 적이 없이 열심히 일을 해 오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 군인이었지 목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주위에서 “목사님이세요?”라는 질문을 여러 차례 들어왔다. 아마도 내 모습이 목사님처럼 보였나보다. 군 시절에 부하였던 전역 하사관의 결혼 주례도 서 주었다.
예상 했던 대로 학생들 모두가 목사였다는 거짓말을 정말로 받아 들였고 20년 동안 지각이나 결근을 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거짓말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교수에게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교수의 대답은 “정말 일 수도 있겠지요”였다.
나는 웨스트 스프링필드 우체국에서 대부분 일해 왔다. 내가 살고 있는 타운 하우스에서 불과 1마일 안팎의 거리여서 걸어서 또는 뛰어서 출퇴근을 했다. 눈이 많이 와서 교통이 두절 되어도 나는 두 다리로 정시에 출근 할 수가 있었다.
우체국 근무 22년간 하루도 결근 해 본 적이 없고 지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감기, 몸살, 두통, 복통 등 잔병을 수 없이 앓았지만 아픈 몸으로 정시에 출근하여 더 열심히 일을 했다.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시간도 빨리 가고 일의 성취감도 느끼게 된다. 힘들게 일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밤에 숙면을 취하게 되고 병후 회복이 빠르게 됨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나의 비결과 고집을 모르는 동료 직원들은 “왜 병가(sick leave)를 쓰지 아니 하느냐?”고 묻기도 하고, 내게 영어를 많이 도와주었던 한 흑인 여자 동료는 “고통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born to suffer) 이라고 농담을 여러 번 했다.
나는 22년간 개근해 온 우체국에서 지난 1월 말일 은퇴하였다. 양띠생으로 한국 나이로는 69세이다. 옛날 사범학교 출신인 나는 19살 총각 선생님으로 시작하여 45년 동안 직장생활을 한 셈이다.
은퇴하는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까지 열심히 일을 했다. 짐을 싸들고 떠나는 나에게 매니저는 밖의 주차장까지 따라 나와서 고맙다면서 은퇴를 축하해 주었다. 우체국 건물을 떠나면서 벅찬 감정에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 기뻐서인지 슬퍼서인지 나도 모르는 눈물을 쏟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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