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국적에 따르는 문제점으로 미국 시민권에 관해서 살펴보자. 판례(Schneider v. Rusk, 377 U.S. 163, 1964)를 우선 소개하고자 한다. 독일태생 미국 시민이 고향에 가서 장기간 체류한 후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에는 귀화 시민이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하면 시민권을 상실하는 법이 있었다. 슈나이더는 시민권상실 통보를 받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헌법에 보장된 동등한 보호(equal protection) 조항을 정부가 위반했다는 이론이다. 미국에서 출생한 시민은 외국에서의 체류기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반면 귀화 시민만 이러한 제약을 받는 법이라면 이 법은 위헌적일 수밖에 없다.
개정헌법 14조에는 “미국에서 미국법 관할권 안에서(subject to the jurisdiction thereof) 태어났거나 귀화한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이다”로 귀정하고 있다. 위의 판례에서 슈나이더가 승소함으로써 외국에서의 체류를 제한하던 법은 폐기되었고 많은 귀화 시민이 그 후로 시민권을 잃을 염려 없이 고향나라에 가서 은퇴여생을 즐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본 판례는 우리에게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입법부인 국회의 제한적 권한과 시민의 평등원칙을 확인했다. 국회는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은 만들 수는 있지만 이를 박탈하는 법은 만들 수 없다는 원칙과 미국에는 일류 시민과 이류 시민(second class citizen)이 존재하지 않고 모두가 동등한 시민임을 확인했다.
귀화 시민의 권리에 대해서는 위의 판례로 대부분의 이슈가 정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요즈음에는 출생 시민에 대한 이슈가 심심치 않게 대두되고 있다. 한국에서 최근 발효한 복수국적법에서도 한국 부모로부터 미국에서 출생한 자녀의 미국 시민권에 대한 정의를 달리하는가하면 애리조나주에서는 불법체류자의 자녀는 미국에서 출생했다 하더라도 그 자녀는 미국시민이 아니라는 이론이 한때 팽배했었다.
그러나 이를 법제화 하는 데는 실패했다. 당연한 결론이다.
출생 시민이 미국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태어나는 것 이외에 다른 여건을 구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간단명료한 헌법조항이 존재하는 한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 불법체류자의 자녀이든 원정출산 자녀이든, 미국 시민됨을 부인할 수는 없다. 치외법권자의 자녀를 제외하고 말이다.
복수국적법이 발효됨에 따라 미국에서 출생한 한국인 자녀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를 소개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 시민 청년이 한국을 방문했다가 한국 정부가 이를 한국국민으로 간주하여 병역의무를 강요한 사례가 그것이다.
한국 시민의 자녀로 출생하면 한국 국민이라는 이론이다. 이는 미국에서 태어나면 미국시민이라는 미국법 이론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부분이다. 이 청년이 주한 미 대사관에 자국민보호를 받아 미국으로 귀국할 수 있느냐에 대해 어느 독자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받을 수도 있고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 청년이 한국 정부가 그를 한국 국민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면 그에게 자국민 보호차원에서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한국 국민으로도 간주될 수 있는 상황 하에서는 도움을 주지 않는다. 양국 간에 마찰의 요지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미국 시민권을 받은 후 주미한국대사관을 통해서 국적이탈 신고를 했다. 한국 호적에서 삭제되었음을 확인했다. 필자를 한국 정부가 자국민이라고 주장할 근거가 없다.
이와 반대의 경우가 있다. 미국에서 출생한 아들을 한국 호적에 부모가 등재한 경우가 있다. 이 청년은 한국 정부가 한국 시민으로 간주 병역의무를 강요할 근거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경우 미국 정부는 그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시민으로 살 것인지 한국 시민으로 살 것인지 확실하고 일관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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