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벌리힐스에 소재한 미국회사에서 근무하는 30대 한인 최모씨는 이번 주 내내 마음이 설레고 있다. ‘수퍼선데이’인 6일 벨에어에 있는 한 유명 변호사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수퍼보울 파티에 초대 받았기 때문이다. 이 파티는 손님들의 차를 주차해 주는 발레 요원만 10여명을 고용했을 정도로 크게 열리는데 최씨는 미국 상류사회 생활의 진면목을 체험해 보는 기회가 될 것 같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수퍼보울이 열리는 수퍼선데이에 파티를 한다. 잘 사는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계층의 구분이 없다. 같이 모여 풋볼을 보고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갖자는 뜻이다. 홀마크 조사에 따르면 수퍼선데이에 열리는 파티는 총 750만건으로 1년 중 파티가 가장 많이 열리는 날이다. 신년 전야 파티보다 많다. 파티 당 평균 참석 인원을 10여명으로 본다면 1억명 가까이 파티를 즐기는 셈이다. 수퍼선데이를 앞둔 주간에 팔리는 TV만 150만대에 달하고 특히 빅스크린 TV 판매량은 5배나 늘어난다.
파티에 음식이 빠질 수는 없는 법. 이날 하루 미국인들이 소비하는 음식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추수감사절에 이어 음식 소비량이 두 번째로 많은 날이 수퍼선데이다. 이날 먹어 치우는 칩만 1만5,000톤에 달하고 팝콘도 4,000톤을 먹는다. 특기할 만한 것은 아보카도 소비량인데 캘리포니아 아보카도 협회에 따르면 수퍼선데이 하루에만 과카몰리용으로 1,320만파운드의 아보카도가 사용된다.
그렇지만 수퍼보울 파티의 대표적 음식이라면 역시 피자와 맥주다. 수퍼선데이 피자 주문량은 1년 중 최고이며 특히 하프타임 중에는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어 1년 총 8,760시간 가운데 피자업계의 가장 바쁜 1시간으로 공식화 됐다. 맥주회사들도 연 매출의 3.5%를 이날 하루에 올린다. 수퍼보울을 앞두고 피자와 맥주 광고가 더 자주 눈에 띄는 데에는 이런 경제적 이유가 있다.
수퍼보울은 지구촌 최대의 단일 이벤트다. 이날 TV 앞에 모이는 미국인들은 1억명에 달하고 시청률은 40%를 훌쩍 넘는다.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나와 프로풋볼 챔피언을 가리는 경기인 만큼 두 팀의 격돌 자체가 안겨주는 스릴이 짜릿하다. 특히 올해는 전통의 명문 팀들이 맞붙어 어느 해보다도 관심이 뜨겁다. 한인들로서는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한국계 와이드 리시버인 하인스 워드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수퍼선데이에 TV 앞에 모이는 미국인은 1억명이 훨씬 넘지만 이들 가운데 풋볼 팬으로 분류할 수 없는 사람도 30~40%에 달한다. 수퍼보울이 선사하는 것은 경기만이 아니다. 30초당 300만달러라는 광고료를 지불하고 대기업들이 온갖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만들어낸 광고들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그러니 풋볼을 잘 모른다고 주눅 들거나 피할 이유가 없다.
수퍼선데이는 공식 휴일이 아니지만 1년 중 가장 흥겨움이 넘쳐나는 하루로 자리 잡고 있다. 수퍼보울 파티에 아직 초대받지 못했다면 가까운 이들을 먼저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 미국화란 게 별 것 아니다. 이런 즐거움에 동참하는 것이 곧 미국화이고 사는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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