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한국에서 5남매의 한 어머니는 목수인 남편이 힘들게 벌어온 돈을 상 위에 놓고 한 달 생활비로 이것저것 필요한 몫을 각기 봉투에 담았다.
아이들에게는 책값, 공책 값을 주며 언제나 잊지 않고 한마디씩 했다.
“이달에도 너희에게 새 신발을 사 줄 수 없구나. 저 모퉁이 은행에 예금한 돈을 찾으면 되겠지만 그건 더 중요한 때에 대비해서 꺼내지 않는 게 좋겠지. 아버지가 애써 벌어온 돈이니 용돈도 아껴 쓰자!”라고 말했다.
자녀들은 어머니 말에 순종하고 필요한 것이 많았지만 참고 조금도 서운해 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자녀들이 자라서 저마다 사회생활을 할 때는 우상 같은 저금통장은 실제로 없었던 것을 알게 된다.
이 일화는 그 가정은 어머니의 현명함과 사랑으로 유지되고 가난한 생활이 자녀를 위축시키고 혹은 비뚤어지게 한다는 것은 편견(偏見)이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난 목적이 있다. 짧지 않은 일생을 사는 동안 어떤 이는 부자로, 어떤 이는 가난하게 살다가 일생을 마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환경이든 간에 사람이 생각하는 공통점은 행복의 추구이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행복할까. 인생은 결과에 있지 않고 그 과정(process)에 있다. 행복은 꼭 성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한 발자국 전진하는 과정에 서스펜스가 있고 묘미가 있는 것 같다.
임신한 산모가 열 달을 힘들어도 참는 것은 태어날 새 아기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나도 글쓰기가 점점 힘들지만 아직은 육체적으로 건강하고도 정신건강에 좋으니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며 감사함으로 살고 있다.
내일 기쁘고 감사할 일이 생기겠지 하는 사람에게는 평생 행복이 없다. 주어진 어떤 역경에도 기뻐하고 감사할 때 내일의 행복도 약속되지 않을까.
폐에 산소가 필요한 것처럼 인간에게는 희망의 나침판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을 때는 잘 모른다. 부부 사별(死別) 등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건강, 재산 등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사람은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말이 있다.
지난 달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났다. 문단의 거목(巨木)이면서 그의 삶은 등단 작품 제목처럼 ‘나목(裸木)’이길 원했다. 늘 낮은 곳을 향한 가슴으로 오롯한 삶을 문학에 담고 있었다.
오늘의 평범한 일상도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자.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 단지 머물다 갈 뿐이다.
무작정 세월을 보내기보다는 낙천지명(樂天知命)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인생의 시계는 언젠가는 멈추지만 희망과 꿈은 영원하다. 겨울이 가면 봄이 멀지 않듯이...
채수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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