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설은 오는 2월3일. 설을 맞아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의 공식 휴일이 주어진다. 그러나 휴일 시작 전 이틀을 개인휴가로 처리하거나 기업이 추가 휴일을 줄 경우 앞뒤 주말을 연결해 최고 9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다. 그래서 해외여행편이 동나는 등 한국은 벌써부터 설 분위기에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설 분위기는 중국 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중국에서는 설을 ‘춘절’(春節)이라고 부른다. 춘절은 중국 최대명절로 민족대이동이 이뤄진다. 공식휴일은 3일이지만 보통은 7일을 쉬고 2주일씩 쉬게 하는 곳도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땅이 넓어 고향을 다녀오는 데만 여러 날이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올 춘절에는 연인원 28억명의 이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춘절이 다가오면 느린 것으로 소문 난 중국인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시장과 거리가 붐비기 시작한다. 춘절의 분위기는 음력 1월1일을 지나 보통 정월 보름까지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춘절 분위기는 거의 한 달 동안 이어진다.
이제는 춘절을 중국만의 유별난 문화로 치부하기 힘들게 됐다. 왜냐하면 중국의 춘절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이 기간 중 중국인들의 소비가 엄청나게 늘어난다. 식품에서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천문학적인 액수의 소비가 이뤄진다. 지난해의 경우 춘절소비만 무려 58조원을 넘었다. 올해는 이를 훨씬 뛰어 넘을 전망이다.
이런 소비가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일. 춘절을 지나면서 물가가 들먹거리게 되면 중국당국은 물가관리를 위한 금리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되고 이것은 다른 국가들의 경제에까지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른바 ‘차이나플레이션’이다. 또 춘절이 있는 달의 생산이 크게 떨어지다 보니 중국의 수출액도 급감한다. 지난해의 경우 춘절 다음 달인 3월의 무역수지가 3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은 이것이 아니다. 고용시장의 대변화가 그것이다. CNN 머니는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미국 업체들이 춘절을 앞두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고향을 찾으면 일자리에 관한 이런 저런 정보 교환이 이뤄지고 이것은 춘절이 끝나면서 대규모의 노동력 이동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중국에 나가 있는 기업들은 매년 춘절 이후 근로자들의 5% 정도는 떠날 것으로 예상하고 인력관리를 한다.
특히 중국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저임금 단순노동직을 기피하고 하이텍 분야의 일자리를 선호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니 중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와 미국 시장에 파는 기업들이 춘절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올 춘절을 앞두고 몇 주 간 중국에서 아예 물건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소연 하는 기업들도 있다.
컨설팅 업체들은 생산 기지를 다른 나라들로 다변화 하고 미국 내 생산을 늘리라는 조언을 해 준다. 하지만 품질과 가격에서 중국산 제품이 갖는 경쟁력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미국기업들은 올 춘절 후 근로자들이 공장으로 복귀해주기 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춘절의 경제적인 여파를 걱정하는 미국기업들의 모습은 그런 풍경의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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