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클래식 시장에서 중국이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면서 전 세계의 유수 오케스트라들과 음악인들의 관심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공연으로 쏠리고 있다. 클래식 음악의 본 고장인 유럽은 이미 음악교육이 쇠퇴했으며, 미국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 출산 저조에 따른 부작용으로 클래식 음악교육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에 비하면 중국의 클래식 음악교육에 대한 열정은 아직 ‘핫’하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는 학생 수만 해도 4,000만명이라 한다. 지금 중국의 신세대 음악가들은 중국 본토와 화교권을 중심으로 팝스타를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열기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중국 음악가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중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피아니스트 랑 랑은 세계인이 인정하는 ‘수퍼스타’다. 그는 타임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사람으로 뽑혔을 뿐 아니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노벨 평화상 시상식 기념 공연, 뮌헨 월드컵 기념 공연, 광저우 아시안 게임 개막식 등 초대형 이벤트에서 연주하며 ‘문화강국 중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랑 랑의 뒤를 이은 중국 본토 출신의 피아니스트 윤디 리는 2000년 쇼팽 콩쿠르에서 18살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음악가다. 그 밖에 신동으로 알려져 바이올린의 대부 아이작 스턴에게 발탁된 상하이 출신 지안 왕은 이제 세계인이 인정하는 첼리스트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내가 강의하고 있는 예술 고등학교인 아이딜 와일드 예술학교에서도 클래식 음악계에 일고 있는 중국의 황사 바람이 피부로 느껴진다. 아이딜 와이드 예고는 미국 전 지역에서 단 세 곳밖에 없는 사립 보딩스쿨로 학비가 한 해에 6만 달러에 이른다. 약 20년 전만해도 이 학교의 아시안 학생으로는 한국인 유학생이 많았고, 중국 학생은 중국 정부에서 뽑혀온 소수의 ‘선택받은 신동’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사뭇 달라졌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문화, 예술 분야의 성장과 문화강국임을 과시라도 하듯 실력과 부를 겸비한 중국 음악학도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음악전공 학생의 경우, 이미 중국 유학생이 한국 유학생 인구의 세 배를 훌쩍 넘어섰다.
LA 지역 어린이 콩쿠르인 SYMF와 같은 경연대회에서 매년 심사를 하다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유럽에서 시작된 클래식 음악이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 땅에서 아시안 특히 중국 학생들의 전유물이 된 것 같아 만감이 교차되곤 한다.
음악대학의 대명사인 줄리아드 교수들도 중국 학생들을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 음악 콩쿠르의 담당자들과 심사위원들의 관심도 그들에게 쏠리고 있다. 개혁 개방 이후 중국 정부 지원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중국 국립 심포니의 수준에 전 세계 지휘자들과 이벤트 회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콜로라도, 덴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는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빠져 있고, 중국 등 신흥 시장은 고도성장을 하면서 세계 경제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나는 미주 한인으로서 ‘중국’ 대신 ‘한국’이나 ‘미국’이 그 자리에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희망을 갖는다. 2011년에는 미국 경제의 성장 및 클래식 음악과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는 한인들이 많이 나오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앤드루 박
‘박 트리오’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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