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거리의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주인공은 히스패닉 커뮤니티의 ‘명동’이라 불리는 헌팅턴팍 퍼시픽 거리와 LA 한인타운 상권의 중추역할을 맡고 있는 올림픽 거리.
한 거리는 비유하자면 명절을 맞아 부모로부터 새 옷을 얻어 입고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면 다른 거리는 부모를 잘못 만난 탓인지 새 옷도 얻어 입지 못하고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이 이야기의 줄거리다.
취재를 통해 알게 된 한인이 최근 전화를 걸어 왔다. 그는 요즘 퍼시픽 거리를 찾아가면 양측 커뮤니티 리더들이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확연한 차이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찾아간 퍼시픽 거리는 화려하게 치장돼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퍼시픽 거리를 따라 플로렌스~슬라우슨 구간은 하늘에 은하수가 촘촘히 떠 있는 듯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뽐냈다. 도로 양편에 히스패닉 사업체들이 도열해 있는 그 거리를 운전하는 동안 마치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 우주를 항해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 거리와는 달리 올림픽 거리에서는 극히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 연말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 거리를 꾸민 연말 장식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왠지 황량한 기분마저 든다. 1980년대 초반에 이민 온 후 연말에 이 거리가 장식된 것을 본적이 없다.
한인들은 올림픽 거리를 점령했지만 연말마다 이렇게 썰렁한 모습으로 방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씁쓸한 느낌을 갖게 한다. 어쩐지 한인사회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올림픽 거리는 다운타운을 연결해 주는 대로로서 LA에서 가장 중요한 거리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올림픽 거리 후버에서 크렌셔까지 2.2마일 구간은 오랫동안 한인상권의 권좌를 지켜온 명실상부한 ‘우리의 땅’이다.
이곳 건물 가운데 한인 소유 건물이 최소 60%가 넘는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타이틀 회사인 시카고 타이틀이 제공한 올림픽 거리 건물 소유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구간 109개 건물 가운데 한인 소유로 확인된 건물만 60개로 나타났으며 회사 소유인 나머지 건물 상당수도 한인 소유인 것으로 추정돼 이 구간의 건물 소유주 대부분이 한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화를 걸어 왔던 한인은 연말에 올림픽 거리가 장식도 없는 초라한 모습으로 방치된 것은 전적으로 한인사회의 무관심이 탓이라며 내년에는 거리 장식을 위해 누군가가 나섰으며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퍼시픽 거리의 경우, 연말마다 시와 상공회의소가 힘을 모아 거리를 치장함으로써 거리를 널리 알리는데 톡톡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헌팅턴팍 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퍼시픽 거리 장식은 시와 상공회의소의 합작품”이라며 “내년 1월 말까지 유지될 이 장식을 위해 2만5,000달러의 비용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동휘
경제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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