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첫 FTA를 체결한 국가는 남미의 칠레다. 지난 2004년 4월, 칠레와 한국의 FTA가 공식적으로 발효되면서 당시 한국 내의 농축산업 붕괴에 대한 우려로 농민, 시민단체, 여론의 반대가 극심하였고 국회 비준안 통과에도 난항을 겪어야 했다.
한국의 농민들은 특히 칠레의 저렴한 포도가 한국 시장에 몰려들면서 가격 경쟁에 큰 우려를 보였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거의 교역이 없었던 칠레와 굳이 FTA를 체결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
이런 반대 속에 발효된 한-칠레 FTA, 그 이후는 6여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어떠할까? 일단 한·칠레 간 무역은 15억6,400만달러에서 70억4,900만달러로 증가하였다. 한국의 대 칠레 수출은 약 5배 증가였으며, 칠레의 대 한국 수출은 약 3배가 증가하였다. 한국은 칠레의 5번째 무역통상국이 됐다.
칠레의 저렴한 와인은 일반 서민들도 와인을 즐길 수 있게 했으며 우려됐던 칠레산 포도는 한국 포도농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일본이 선점하고 있던 칠레 시장에 한국 상품의 점유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칠레 백화점을 점유하고 있는 고급 가전제품들은 거의 전부 한국산이라는 것이 현지 소식이다.
이번에 타결된 한국과 미국 간 FTA 추가 협상의 결과를 놓고 두 나라의 정치권과 업계 그리고 언론 및 시민단체에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은 한국이 ‘밑지는 협상’을 했다며 국회 비준안 통과를 강력하게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FTA에 대한 장기적인 최종 평가는 양국 정부나 언론이 아닌 일반 소비자가 내린다. 비관세로 인해 미국의 자동차 가격이 낮아졌다고 해도 품질이 향상되지 않으면 한국 소비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미국차를 구입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한우가 수입고기보다 품질이 높기 때문에 비싼 가격을 주고 구입하고 있는 한국의 소비자들이 근당 몇 백원, 몇 천원 더 싸졌다고 한우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FTA 체결과 관련해 협상을 통해 어느 쪽이 얼마나 더 줬는가를 따지는 것보다 이 협정을 통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를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 등 미국의 주요 경제지들은 “2007년 체결된 협정과 이번에 추가협상을 통해 타결 지은 내용 가운데 크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면서 “3년간 지연시키면서 양측이 얻은 것이 이 정도인가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양국 정부를 비판했다.
이번 한미 FTA 체결 과정에서 누가 승리했는가를 따지기 전에 한-칠레 FTA가 양국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다시금 되짚어 볼 시기이다.
백두현 경제부 부장대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