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새해 … 매해 11월 달력을 넘기고 12월 달력을 맞으며 우리는 행복한 절기를 맞는다. 가족 친지들과 만나 맛있는 음식과 사랑의 대화를 나누고,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조금은 흥청망청 지내도 이해받을 것 같은 분위기에 아껴 두었던 쌈짓돈까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웃고 떠들며 보내는 그 시각, 외로움 속에 한 해를 보내는 이들이 있다. 가족 없이 홀로 긴 밤을 보내야 하는 독거노인들, 몸이 아파 고통 속에서 잠을 설쳐야 하는 환자들, 그리고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거리를 헤매는 노숙자들이 그들이다.
‘재능기부’라는 말이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사회단체나 공공기관에 기부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바로 재능기부다. 재력가들은 재산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으로 사회 환원을 실천하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기부금이 아닌 재능으로 훌륭하게 사회 환원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 중 음악의 재능을 기부함으로써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세계적인 음악가가 있다. 바로 우리 LA 시민들의 자랑인 마에스트로 구스타보 두다멜이다. 지금은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LA 필의 상임 지휘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그가 했던 일은 가난에 시달리던 베네수엘라 빈민가의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그는 그 일을 통해 희망을 가르치고자 했다. 그의 그런 생각 뒤에는 ‘엘 시스테마’라는 훌륭한 그룹이 있다.
1975년, 중남미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에 11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가난으로 늘 허덕여야 했던 아이들,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아야 하는 아이도 있었고, 배고픈 것이 싫어 시작한 도둑질로 어린 나이에 이미 전과 5범이 된 소년도 있었다.
빈민가의 낡은 차고에 모인 아이들은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의 지도 아래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으로 시작된 ‘엘 시스테마’의 첫 걸음이었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이며 사회운동가인 아브레우 박사가 구상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이다. 가난으로 방치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무기는 음악. 아브레우 박사의 믿음대로 음악은 어린 영혼들에게 ‘삶의 소중함’을 가르쳐주었고, 희망을 일깨웠다. 그들에게 힘겨운 운명과 맞서 싸울 가장 아름다운 무기는 ‘음악’이었고, 음악을 배우는 아이들은 점점 늘어났다.
아브레우 박사는 정부가 이 프로그램을 육성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렇게 창설된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실력은 전 세계 음악인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35년이 지난 지금 ‘엘 시스테마’는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모두가 함께 꿈꾸면, 그 꿈은 현실이 된다는 것을 ‘엘 시스테마’가 증명한 셈이다.
‘엘 시스테마’의 목적은 위대한 음악가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다. 음악을 통해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가난과 범죄의 고리를 끊는 희망을 경험하는 것이 진정한 목표였다. 욕심을 내지 않고, 아름다운 목표만을 추구했던 ‘엘 시스테마’. 그 속에서 구스타보 두다멜과 같은 세계적인 지휘자가 배출된 것이다.
아브레우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음악은 역경을 희망으로 바꾼다. 그렇다. 음악은 힘이 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 그러니 마음껏 연주하고 마음껏 희망하라!”
2010년을 보내고 곧 2011년을 맞는다. 우리 모두 인생을 그리고 음악을 마음껏 연주하고 마음껏 희망하기를 바란다.
앤드루 박 ‘박 트리오’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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