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재무 시인은 ‘밥값 하는 삶’이라는 산문에서 ‘밥값을 한 날과 그렇지 못한 날에 따라 숟가락이 무겁기도 하고 가볍기도 하는 것이다’라고 썼다.
맞는 말이다. 기자도 1면 기사를 쓰고 집에 가는 날에는 ‘밥값을 했다’는 생각에 저녁 밥맛까지 좋지만 밥값을 못한 날에는 마음이 무겁다.
LA 한인 커뮤니티와 연관이 있는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밥값을 충분히 하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정확히 먹은 양만큼만 밥값을 하는 정치인도 있고 밥값을 못하는 정치인도 수두룩하다. 얼마 전 지인들과 만나 밥을 먹으며 한인들에게 가장 많이 도움을 주는 ‘밥값을 톡톡히 하는’ 정치인이 누구냐는 이야기를 나눴다.
한 지인은 “아무래도 아시아계 정치인들이 정서가 비슷해서인지 한인들의 도움 요청에 빠르게 응답한다”며 캘리포니아 주하원 마이크 잉 의원과 워렌 후루타니 의원을 예로 들었다. 한인들의 비즈니스와 일상에 도움이 되는 법 제정이나 정책 도움을 요청하면 잉 의원과 후루타니 의원은 언제나 발 벗고 나서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 두 의원은 한인타운에서 큰 정치 후원금을 끌어 간 것도 아닌데 고맙게도 한인들을 위해 밥값을 해준다. 이외에도 한인들의 요청이라면 발을 벗고 나서는 강석희 어바인 시장과 미셸 박 스틸 캘리포니아 조세형평국 위원도 밥값을 하고도 남는 정치인에 속한다.
밥값만큼만 하는 정치인들도 많다. 한인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닌데 받은 만큼만 계산적으로 앞뒤 재고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때만 한인타운을 찾아 밥값을 하는 정치인들이 여기에 속한다. 대표적으로는 허브 웨슨 시의원(10지구)과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시장을 예로 들 수 있다.
밥값을 못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진정으로 한인들에게 필요한 정책과 한인타운의 장기적인 발전을 도와줄 수 있는 정치인이라고 믿기에는 안심이 되지 않는다. 이들이 밥값 이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한인 커뮤니티의 몫이다. 적극적인 정치 참여와 관심으로 한인들이 먼저 밥값을 해야 하는데 때로 한인들은 우리끼리 밥그릇 싸움하느라 더 바쁠 때도 많은 것 같다.
밥값을 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겠다. 한인타운 행사에 와서 밥만 먹고 가는 정치인들은 밥값을 해야 한다는 신념 자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책 전문성이 없고 준비도 없이 정치계에 뛰어들어 한인들이 도움을 청해도 밥값을 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정치인을 볼 때 마다 답답하다.
시인은 청계사에서 스님이 들려준 “나의 밥이 소중하면 너의 밥도 소중하다는 단순한 이치를 망각하는 데서 갈등의 골이 패기 시작한다”는 구절을 적고 있다. 정치인들과 한인들 모두 기억해야 할 구절이다.
김연신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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