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축구 등 구기 운동을 보다보면, 선수들끼리 치고 박는 몸싸움 장면들을 때때로 볼 수 있다. 그럴 때면 으레 심판들이 나서서 ‘냉정’ 혹은 ‘자제’를 유도한다.
수일 전 대한민국 영토의 섬인 연평도에 북한의 장사포 및 방사포의 집중포격으로 그곳의 일반 주민들과 군인들의 사상자가 생기고, 불기둥과 검은 연기가 올라가고, 온통 난리가 났다. 남측의 대응사격도 있었다. 이 싸움판을 보고 중국 정부의 공식 성명은 천안함 사건 때처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당사국들이 서로 냉정과 자제를 발휘해야 한다’며 심판관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부상당하는 판에 뚱딴지같은 소리다. 그들의 내심은 북한편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북측의 연평도 일격의 구실은 남측의 선제공격이라고 주장하지만, 625 때처럼 거짓말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이번에도 천안함 사건 때처럼 초기엔 국제적으로 말도 많겠지만 결국 ‘네 탓이다,’ ‘내 탓이다’로 쳇바퀴 돌리다가 말 것이며, 일단은 ‘세계의 이목(Attention) 집중’ 이라는 극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김정일의 계산인 것이다. 이때 또 중국은 북한을 감싸면서 느닷없이 6자회담 재개를 하자고 재촉하면서 연평도 사건을 희석시키려고 한다.
한두 번도 아닌 이런 북의 도발에 남측도 의례히 그랬듯이 ‘쳇바퀴 돌리기’식에서 벗어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남한의 그 교전수칙이라는 것이 과거정권부터 통수권자의 책임을 밑에 전가하기에 알맞도록 발전된 애매모호한 규칙이다. 지금 대통령은 응징을 하겠다고 경고하지만 실제 응징까지는 해결과제가 너무 많다. 이스라엘은 2억 인구의 아랍권에 포위되어있지만 몇 배의 신속하고도 강력한 보복으로 생존권을 보위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공고한 한미 공조체제이지만 지금까지 이스라엘식 보복공격을 보여준 일은 없다.
서울에서 불과 25마일(40km) 북쪽에 휴전선이 있지만, 그 너머에는 미사일, 평사포, 장사포 등이 수 없이 설치되어 있고, 이번 연평도 경우처럼 언제든지 발사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남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그 사정거리 안에 인구와 산업시설, 금융기관 등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들이 남한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응징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다. 북도 이 점을 잘 알고 이용하는 것이다.
이제 북의 단골 위협 메뉴는 핵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 북에 응징보다는 돈으로 퍼부어 도발을 방지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핵개발을 지원한 셈이 되었고, 또한 서해 해전도 발생하였다. 이번 연평도 공격에서도 보여주듯이 남한의 북에 대한 지원은 결과적으로 그들의 무장 재원을 보강하여준 셈이다. 북은 6자회담 초기에 핵을 포기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전술적 기만이었을 뿐, 우라늄 농축시설까지 갖추었다. 그러므로 한-미-일이 주장하는 비핵화 전제 6자회담 재개는 물 건너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은 위협적으로 미국에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2006년에는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춰 보란 듯이 미국 핵공격이 가능한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하였고, G-20 서울선언문 발표와 때를 맞추어 스탠포드대학교 핵 학자인 시그트리프 헤커를 영변에 오게 하여 우라늄 농축(HEU) 시설을 보여주며 핵무기 개발의 발전을 과시했다. 요즘 그 HEU에 대해 언론에서 대서특필하고 있지만, 거의 무반응인 미국에 연평도 포격으로 자신들의 존재와 주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남북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응징 대 응징, 성명 대 성명으로 휴전 이래 57년간이나 쳇바퀴 돌리기 식 전쟁 아닌 전쟁을 되풀이 하며 긴장상태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북은 지금 식량원조 등 다양한 원조가 절실한 실정이지만 핵 개발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남한도 다른 방향의 쳇바퀴 돌리기식이 필요하다. 응징한다는 되풀이 말만 하지 말고 어떤 행동이 뒤 따라야 한다.
장윤전
엘리콧 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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