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칭찬하기 보다는 충고를 즐겨한다. “당신한테 충고 하나 하지”라고 하는 순간 두 사람의 관계는 힘들어진다. 그러나 우매한 인간은 시도 때도 없이 충고를 날리다가 뒤통수를 얻어맞는다. 믿어라하는 부부 사이에서도 연인 사이에서도 심지어는 자식한테도 함부로 충고를 해서는 안 된다.
안전운행을 하라고 그렇게 충고해도 그 말을 듣지 않다가 결국은 사고가 나야 정신을 차리는 게 인간이다. 금주(禁酒)나 금연도 권할 필요가 없다. 술이나 담배를 가까이 하는 사람은 그 기호품으로 인해 자기 신체에 치명적인 사건이 터져야 충고의 가치를 깨닫는다. 그만치 충고란 별 소득이 없음에도 인간은 충고를 즐겨한다. 그러므로 이왕 하는 충고라면 듣기 좋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먼저 명심할 일은 듣는 이가 싫어하는 점을 지적해서는 안 되고 결점을 들먹여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정면으로 의견을 반박하지 말고 무시하는 말투를 쓰지 말고 지루하게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지루함은 역효과가 날 뿐이다. 교회에서 하는 설교도 충고의 수단일 때가 많은데 모든 교인들이 정신을 차리고 그 설교를 경청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통상 애들의 집중도가 5분, 어른들은 길어야 30분이라는데 지루한 충고의 반복을 통해 듣는 이의 깨달음을 기대한다면 이만저만 자아도취가 아니다.
그런 뜻으로 충고보다는 칭찬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로는 그만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만든다”라는 말이 있지만 칭찬처럼 유쾌한 일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말한다. “칭찬을 해 줄 게 있어야지. 혼내고 충고를 날려도 잘 안 되는 인간인데 무엇을 칭찬한단 말인가”라고 한탄하기를 마지않는다.
더욱 우리 한국 사람은 칭찬에 아주 인색하다. 칭찬하면 자존심이 상하고 체면을 구긴다고 생각하는지 도무지 칭찬하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미국 사람들은 얼마나 칭찬에 익숙한지 우리가 무안할 때가 많다. 아주 작은 일에도 ‘Good!’은 보통이고 ‘Great!,’ ‘Wonderful’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나오는지 모른다. 그리고 정말 별 거 아닌 내 자랑에 동의해주고 경망스럽다할 만큼 함께 감격한다. 물론 그 속은 모른다.
그러나 남이 나를 위해 속까지 완전하게 기뻐하고 칭찬하기를 기대한다면 너무 뻔뻔한 인간이다. 한 가족이라고, 같은 공동체라고, 속까지 기쁨에 겨워할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속은 고사하고 겉이라도 칭찬이 많아진다면 우리들의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부드러워질 것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칭찬보다는 비판이 거세고 오히려 그 사람의 성취를 비웃고 깎아내리고, 게다가 지루한 충고만을 반복하는 관계 속에서 무슨 사랑과 관심을 기대할 것인가.
더 못 말리는 것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칭찬보다 비판이 힘을 쓴다는 사실이다. 칭찬하면 듣는 사람이 부끄러워할 것 같아서, 배려차원에서 칭찬에 인색하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아홉 가지 지적보다 한 가지 칭찬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느 시인이 자기 작품을 애독한다는 여자의 방문을 받았다. 시인은 여자를 데리고 후원으로 나가 싱싱하게 핀 갖가지 꽃들을 함께 감상했다. 시인이 말했다. “오늘 이 꽃들에게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가를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자 이 꽃 앞에 서서 당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세요.” 정말 놀라운 칭찬이다. 어쩌면 이 여자는 평생 이 시인의 칭찬을 잊지 못할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언이 있다. 바로 칭찬의 위력을 설명하는 말이다. 그 말 한마디를 잘 하지 못해서 관계를 깨뜨리고 돌이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 모두 어쭙잖은 충고는 그만하고 칭찬의 입을 열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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