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번 달 LA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진행된 재외국민 모의투표는 지난 1972년 외국 거주 유권자의 참정권을 제한한 후 40년 만에 첫 실시된 뜻 깊은 행사로 향후 재외국민 참정권 행사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특히 미주 한인사회를 포함해 240만명에 달하는 전 세계 한인들의 한국 정치에 대한 참여 기회 확대는 한국 민주주의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재외국민 240만 명 가운데 167만명(70%)가량이 선거인 등록을 하고 134만명(등록자의 80%) 정도가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대선, 총선 등 주요선거의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모의선거는 실제 선거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지역별 유권자들의 참여도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전 세계 26개 해외공관을 통해 이번 모의투표에 등록한 해외 유권자는 총 1만1,000여명으로 이중 4,200여명이 실제 투표에 참여해 38.2%의 평균 투표율을 기록했다. 투표율은 스페인대사관(88.2%)과 레바논대사관(87.5%)이 높았고, 호주 시드니 영사관(12.3%)이 가장 낮았다.
이번 모의투표에서 눈에 띈 점은 LA를 포함한 미주지역 공관이 매우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LA와 뉴욕 총영사관 등 미주지역 4개 공관의 투표율은 평균 이하로 조사됐다. LA총영사관은 20.7% 뉴욕총영사관 29.6%, 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 20.3%, 시카고총영사관 16.3%를 기록해 4개 공관 모두 평균 투표율을 크게 밑돌았다.
미주지역 공관의 낮은 투표율은 넓은 지역을 소수의 공관이 관할하는 지역적 특성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한국 면적의 100배에 가까운 미국 땅에 투표소를 10개 공관으로 한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투표를 하지 말라는 말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LA총영사관 역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으나 만족스러운 투표율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LA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 참여 의지를 보였지만 현실적으로 방문 투표가 불가능한 분들이 많았다”고 밝히고 “우편투표 등 투표 참여를 돕는 제도가 도입된다면 투표율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투표를 허용하는 정책보다 더 중요한 점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해외 유권자들의 투표 환경은 한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긍할만한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그만큼 해외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의식이 높다는 것을 반영한다. 한국 정부는 해외 한인들의 참여의식이 민주주의 발전으로 꽃피울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장치를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심민규 /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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