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 가마솥 속에 있는 콩이 우는 구나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 /어찌하여 이다지도 급히 삶아대는가”
삼국지에 나오는 위왕 조조의 셋째 아들 조식이 읊은 시다. 조식은 글재주가 출중해 조조가 특별히 총애하던 아들이었다. 한때 맏아들을 제치고 후사를 잇게 할 생각도 했었다. 조조가 죽고 맏아들 조비가 왕위에 올랐지만 왕은 동생을 눈엣가시처럼 미워했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던 왕은 어느 날 동생에게 엄명을 내렸다. “일곱 걸음을 걷는 사이 시를 한수 지어라. 짓지 못하면 중벌을 내리겠다”고 했다. 그때 지은 시가 위의 시였다.
콩대를 땔감으로 태워 콩을 삶는 데, 콩과 콩대는 본래 한 몸이었으니 하나가 둘로 나뉘어 지지고 볶는 형국이다. 형제나 동족 간의 싸움을 가리키는 말, 자두연기(煮豆燃?)는 여기서 유래했다.
우리 민족의 동족상쟁, 자두연기의 역사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내칠 수도 없고 품을 수도 없는 북한정권이 또 다시 사고를 저질렀다. 이번에는 대형 사고다.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충돌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번처럼 민간인들이 사는 동네로 포를 쏘아댄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23일 느닷없이 해안포를 발사하면서 연평도는 한 순간에 불바다가 되고 아수라장이 되었다. 주민들은 혼비백산해 반공호로 대피하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속속 인천으로 피난을 갔다. 전사한 군인, 부상당한 민간인, 실종자 … 전쟁이 따로 없다.
천안함 사태에 이어 연평도 포격까지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해 한국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도 분노하고 있다. 한국의 여야가 하나가 되어 북한을 비난하고, 이번만은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사회의 비난도 가세하면서 남북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미주한인들도 많이 놀랐다. 22일 밤 연평도 포격 뉴스를 접한 한인들은 “저러다 정말 전쟁 나는 게 아닌가” 밤새 심란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의 가족, 친척들에게 전화해서 안부를 물었다는 사람들도 있고, 인터넷으로 몇 시간씩 상황을 지켜보았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사건이 미국 뉴스에 보도되면서 집집마다 아이들이 불안해하기도 했다.
한인들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한편에서는 “남한이 단호하게 나가야 한다. 자꾸 봐주니까 북한이 계속 저러는 게 아니냐?”라는 반응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가 경직된 게 원인이다. 긴장완화 정책을 펴야 한다”는 반응이다.
일반인들뿐 아니라 정치권이나 남북문제 전문가들의 의견도 거기서 거기다. 별다른 해법이 없다. 강경하게 나가자니 전쟁위험이 따르고, 온건하게 나가자니 북한을 믿을 수가 없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사태는 누구도 원치 않으니 입으로는 비난하지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제재는 제한돼 있다. 이런 상황을 빤히 아는 북한은 이번에도 적반하장이다. 남쪽에서 먼저 발사했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도발과 후안무치한 적반하장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한 뿌리를 가진 동족이 언제까지 서로 태우고 삶아야 할 지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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