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중동의 모래바람을 뚫지 못하고 또다시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에 실패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23일 중국 광저우 톈허스테디엄에서 벌어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아랍에미리트(UAE)와 준결승에서 0-0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아흐메드 알리 알아브리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한국은 1986년 서울대회 우승이후 24년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을 탈환하려던 목표달성에 실패했고 그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결승에 오르지 못하는 아픔도 이어갔다. 한국은 일본에 1-2로 진 이란과 25일 같은 장소에서 동메달을 놓고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이날 박주영(모나코)을 최전방 원톱으로 내세운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2선의 좌우에는 홍철(성남)과 조영철(니가타), 중앙에는 김보경(오이타)이 섰고 중앙 미드필더로 김정우(광주 상무)와 주장 구자철(제주)이 호흡을 맞췄다. 포백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윤석영(전남)-김영권(FC도쿄)-홍정호(제주)-신광훈(포항)으로 꾸렸고 골문은 김승규(울산)가 지켰다.

한국은 전열을 가다듬기도 전에 위기를 맞았다. 전반 4분 UAE의 함단 이스마일 알 카말리의 프리킥이 수비벽 맞고 나가 코너킥을 내줬고, 아메르 압둘라흐만 알하마디의 크로스에 이은 압둘라 무사 블루시의 위협적인 헤딩슛이 골대를 살짝 빗겨갔다.

이후 한국은 UAE 골문을 줄기차게 두드렸으나 소득이 없었다. 전반 12분 홍정호가 아크 오른쪽에서 날린 오른발슛은 골문을 벗어났고, 전반 15분 윤석영의 크로스에 이은 조영철의 헤딩슛은 수비 맞고 코너아웃됐다.

코너킥 때 골키퍼 알리 카세이프 후사니가 쳐낸 공을 김보경이 잡아 아크 정면에서 왼발슛을 날렸지만 후사니가 다시 막아냈다. 전반 32분 김보경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왼발로 찬 공도 후사니가 쳐냈다. 2분 뒤 윤석영의 프리킥에 이은 박주영의 헤딩슛은 골대 위로 날아갔고, 전반 36분 구자철의 프리킥을 홍정호가 골문으로 달려들며 머리로 돌려놓았지만 골키퍼 가슴에 안겼다. 39분에는 박주영이 혼자 공을 몰고 가 페널티 지역 오른쪽으로 빼 준 결정적 찬스를 조영철이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들어서도 경기 내용이 달라지지 않자 후반 22분 조영철을 빼고 발 빠른 서정진(전북)을 투입해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고 서정진은 그라운드를 밟은 지 2분 만에 골 지역 정면에서 결정적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왼발슛이 골키퍼 후사니 몸에 맞고 나가 큰 아쉬움만 남겼다.

후반 추가 시간 서정진이 골문 앞에서 시도한 오른발 터닝슛마저 골키퍼에게 걸리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홍 감독은 연장 전반 4분 홍철을 불러들이고 미드필더 김민우(사간 도스)를 투입했고 연장 전반 한국은 균형을 무너뜨릴 기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역시 살리지 못했다.

연장 후반 13분 홍정호의 왼발슛이 골네트에 꽂혔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가 된 후 홍 감독은 승부차기에 대비, 골키퍼 김승규를 이범영(부산)으로 바꿨으나 정작 승부차기에는 가 보지도 못했다. 연장 후반 17분 오마르 알둘라흐만 알 아무디의 패스를 받은 알아브리가 골 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로 찬 공이 이범영의 옆으로 통과하며 젊은 태극전사들의 가슴을 찢어놓고 말았다.


연장 후반 종료직전 UAE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는 순간.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