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니까, 한국에서는 자유당정권 시절이다. 그 자유당의 막후 실세로 꽤 잘나가던 집안이 있었다. 그 집안의 아들이 미국유학을 갔다. 당시 한국의 국민총생산은 아프리카 수준. 때문에 미국유학이라는 건 보통사람들로서는 꿈도 못 꾸던 시절이다.
순전히 집안 ‘빽’으로 유학을 간 그 실세의 아들은 당초부터 공부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래서 공부는 뒷전이고 술로 미국생활을 보냈다. 그리고 결국 쫓겨나다시피 귀국하게 됐다.
그늘진 인생을 살던 그에게 어느 날 기회라면 기회가 왔다. 당시로는 몇몇 안 되는 국제 수준의 고급호텔에 취직을 하게 된 것이다. 외국손님이 주 고객이다. 그러니 영어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취직이 된 것이다.
채용된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술, 양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다. 하라는 학교 공부는 안하고 술 공부로 지내온 미국유학이었다. 그러니 양주에 관한 지식은 수준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후 그는 그 길에 정진했다. 그래서 외국의 VIP가 오는 주요 파티가 열렸다 하면 반드시 모셔갈 정도로 ‘그 길의 거물’이 됐다는 후일담이다.
해마다 미국 유학생 수가 발표된다. 미국 고등교육 연구기관인 국제교육연구소(IIE)가 올해도 연례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 대학 이상의 교육기관에 진학한 외국인 학생 수를 발표했다.
그 보고에 따르면 2009~2010 학사연도에 미국에 유학중인 중국학생수는 12만7,628명으로 톱을 달리고 있다. 그 다음이 인도로 10만4,897명으로 집계됐다. 그 다음이 한국학생이다. 한국은 7만2,153명이 미국대학에 진학해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인 미국유학생 수는 이로 그치지 않는다. 적게 잡아 2만 가까운 초·중·고교생들이 조기유학생으로 미국에 와있다. 거기다가 연수목적의 성인 유학생도 하나 둘이 아니다.
이 같은 러시현상과 관련해 유학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다. 괜히 외화나 낭비한다는 것이 다. 조기유학의 경우 비판의 목소리는 더 거칠다. 외화낭비에다가 무리한 유학으로 한 아이의 인성을 망친다, 가정을 파탄 시킨다 등등 그 비난은 규탄에 가깝다.
틀린 지적이 아니다. 그렇지만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유학문제를 볼 필요가 없지 않을까.
앞서의 이야기는 물론 실패한 유학생 이야기다. 그렇지만 100%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뭔가 나름대로 미국문화를 배웠다. 그리고 그 노하우를 나름으로 전수했다는 점에서다.
수많은 학생들이 유학길에 나선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실패의 유학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있다. 젊은 날의 그 경험은 본인은 물론 한국사회에도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중국, 인도에 비해 인구수에 있어 30분의1밖에 안 되는 한국이 그토록 많은 유학생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런 점에서 오히려 자랑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사회가 그만큼 열려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미래 한국의 국력을 알리는 바로미터의 한 선행지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세계로 나가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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